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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KIA 복귀 윤석민, 거품 논란 재워라

입력 | 2015-03-07 03:00:00


지난해 11월 일본 미야자키 휴가 시에서 열린 KIA의 마무리캠프.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KIA 선수들 사이에 주황색 볼티모어 모자를 쓴 선수가 눈에 띄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윤석민(29·사진)이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던 그는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어린 후배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의 친정팀 복귀는 그때부터 예정돼 있었을지 모른다.

KIA는 6일 볼티모어에서 방출된 윤석민과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인 4년간 9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12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2013년 말 3년간 총액 575만 달러(약 63억 원)에 볼티모어로 이적했던 윤석민은 미국에서 한 시즌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90억 원은 지난해 11월 SK 3루수 최정이 팀 잔류를 결정하며 받기로 한 4년 86억 원을 넘어선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이다.

이날 미국에서 귀국한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에 계속 도전하고 싶었지만 구단의 적극적인 요청에 다시 KIA에서 뛰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KIA 팬들에게는 분명 희소식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KIA의 처지에서도 그의 합류는 천군만마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그가 트리플A 노퍽에서 거둔 성적은 4승 8패에 평균자책점 5.74에 불과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부진했던 선수가 역대 최고의 돈을 받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구위가 가장 좋았던 2011년 그는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올랐다. 직구는 시속 150km를 넘길 때가 많았고, 슬라이더도 140km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그의 구위는 뚝 떨어져 있었다. 직구 구속은 140km대 중반이었고, 슬라이더 역시 130km대 후반으로 가라앉았다.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늦어지면서 충분히 몸을 만들지 못한 결과였다. 더구나 올해부터 그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었다. 볼티모어가 그를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면 로스터 한 자리를 허비해야만 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윤석민을 메이저리그 캠프 참가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초청 선수로도 부르지 않았다. 이미 전력 외로 분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민은 또 3년간 개런티(보장) 계약을 했기 때문에 볼티모어는 그가 마이너리그에 머물더라도 2년간의 잔여 연봉(415만 달러·약 46억 원)을 지불해야 했다. KIA의 요청이 오자 단 1달러의 이적료만 받고 그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준 이유다.

그의 영입을 주도했던 댄 듀켓 부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수(윤석민의 영입을 지칭)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아낀 돈은 다른 선수들에게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쇼월터 감독 역시 “윤석민이 잘되길 바란다. 그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잘된 일”이라고 짧게 말했다.

윤석민은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한 것에 섭섭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원인 제공자는 자신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조차 평범한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줄 메이저리그 팀은 없다.

이제 다시 공은 윤석민에게 돌아왔다. KIA는 역대 최고액을 지불하며 실추된 그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애리조나를 지휘했던 쇼월터 감독은 김병현(현 KIA)을 마무리 투수로 중용했다. 구위도 좋았지만 당시 김병현이 팀 내에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윤석민이 과연 그만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더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야구에 더 절실해질 필요가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