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TH BOOK 수학의 파노라마/클리퍼드 픽오버 지음/김지선 옮김·528쪽/3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젠체하는 것 같지만 ‘수학은 아름답다’는 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수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수학적 발견 한 가지를 요약한 텍스트가, 오른쪽에는 그와 관련된 그림 자료가 보인다. 아름다운 프랙털(확대해도 모습이 그대로 반복되는 복잡한 곡선) 이미지를 지그시 보다 보면 ‘하우스도르프 차원’ ‘알렉산더의 뿔난 구’ ‘콜라츠 추측’이 무엇인지 마치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개미가 거리를 잴 때 걸음 수를 센다는 것, 어떤 매미는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13년과 17년, 즉 소수(素數)인 해에 땅 밖으로 나온다는 것, 한방에 사람을 23명만 모아놓으면 그중 적어도 생일이 같은 한 쌍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는다는 것, 삼각형의 세 내각을 3등분하는 직선들은 정삼각형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