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공감백서 맞아, 맞아!]부담되는 밸런타인-화이트데이
김 씨는 다른 업무를 미룬 채 다른 남자 직원들에게 돈을 걷어 사탕을 사 왔다. 그는 “안 줘도 그만이지만 오죽 부담이 됐으면 이런 지시를 내렸겠느냐”면서도 “사탕 사오는 게 업무보다 중요한 일인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 애인은 안 챙겨도 상사는 챙겨
화이트데이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더불어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달콤한 날이다. 하지만 이런 기념일을 앞둔 직장인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회사 동료나 상사에게 선물을 줘야 할지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주자니 마음이 편치 않고 주자니 가격대와 종류를 고르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정작 남자친구에게는 편의점에서 파는 초콜릿만 줬다. 그는 “입사 전에는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줬지만 올해는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며 “선물 사는 비용보다 어떤 선물을 고를지 정하는 게 더 큰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선물을 두고 다른 직원과 비교하는 상사도 있는 데다 챙길 사람을 구분하는 것까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 “기념일 선물이 의무는 아닌데….”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17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36.8%)이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 등 각종 기념일에 직장 동료나 상사를 챙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금전적인 부담’이라는 응답이 52.5%로 가장 많았다. ‘챙길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워서’라는 답변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답변이 각각 44.4%와 25.1%로 뒤를 이었다. 남성(30.5%)보다는 여성(44.1%)이 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직장에서는 이런 부담을 덜고자 법인카드로 기념일 선물을 단체로 구입하기도 한다. A카드회사 수도권 지점에서 근무하는 박모 씨(32)는 “해마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가 되면 지점장이 법인카드를 주면서 직원들에게 돌릴 선물을 사오라고 시킨다”며 “이렇게까지 해서 챙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