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피습 이후]美정부 신중한 대응 왜?
여야 대표 잇따라 병문안 여야의 수장이 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문병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위쪽 사진 왼쪽)는 이날 병실을 방문해 환담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 대표, 주한 미대사관 통역담당 직원, 리퍼트 대사,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아래쪽 사진 왼쪽)도 이날 리퍼트 대사를 만나 쾌유를 기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제공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이번 공격을 ‘테러’라고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이번 사건은 끔찍한 폭력 행위”라면서 “범행 동기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말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국무부는 “우리는 ‘분별없는 폭력 행위(senseless acts of violence)’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테러’ 용어에 조심스러운 이유에 대해 전직 청와대 외교안보부서 관계자는 8일 “테러로 규정하면 미국이 그 행위에 대한 보복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어떤 행위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상응조치가 달라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re/code)’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소니 해킹을 국가 차원의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사이버 테러 행위자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소행은 전쟁 행위(act of war)가 아니고 ‘사이버 반달리즘’”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를 전쟁 행위로 규정하면 그에 맞게 상응조치가 달라지고, 다음 단계의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을 덜 자극적으로 표현한 데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배려도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주도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고 ‘경호 실패’ 등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프 부대변인은 “리퍼트 대사는 평소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지원받은 풀타임 경호원 1명의 경호를 받았다”며 경호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한국에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리퍼트 대사 피습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많은 미 당국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북한은 지독할 만큼 냉혈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