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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중국 교수의 소프트파워 강국 백제의 비밀]6, 7월 유네스코發 낭보 기다리며

입력 | 2015-03-09 03:00:00

백제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 땐 三國 모두 포함 쾌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앞두고 있는 ‘공주·부여·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백제역사유적지구 통합관리단

백제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대개 의자왕과 3000 궁녀, 계백장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 광활한 영토를 거느린 고구려에 비해 관심이 부족한 백제다보니 망국(亡國)의 역사로만 기억되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비로소 백제의 진면목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근 커지고 있다. 백제 후반부 역사의 주요 무대였던 ‘공주·부여·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6, 7월 발표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와 진정성, 완전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인 만큼 최종 등재까지 몇 년이 걸리곤 한다. 특히 해당 문화유산이 지닌 OUV와 진정성, 완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게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총 4년여에 걸쳐 모든 준비 과정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에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적어도 1개 이상을 충족시켜야 하는 유네스코의 6가지 기준 가운데 3가지를 달성하면서 강력한 후보가 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류’(기준 ⅱ), ‘문화전통 또는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기준 ⅲ),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건축적·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의 탁월한 사례’(기준 ⅳ)에 해당한다.

백제가 중국에서 들여온 선진 문물을 재빨리 소화한 뒤 왜에까지 전파한 점, 자국만의 독특한 문물을 발전시킨 점, 자연과 인문경관이 잘 어우러진 도시설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유산의 보존, 관리능력도 등재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부분이다. 예컨대 문화재보호법, 고도보존육성법 등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련 법률은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백제 문화유산의 보존과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해 등재된 남한산성을 비롯해 총 11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국시대 유산으로는 경주의 ‘불국사·석굴암’ ‘경주역사유적지구’,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과 ‘고구려 수도, 귀족과 왕족의 무덤’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백제 문화유산까지 등재되면 고대 삼국의 문화유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모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성사되면 국격 상승과 더불어 문화관광 산업 확대에 따른 경제 활성화 효과는 클 것이다. 무엇보다 백제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백제 유산이 제대로 조명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에 등재가 이뤄지면 후속으로 한성백제시대 무대로 백제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울의 백제역사유적도 세계문화유산에 포함시키는 활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백제역사유적이 온전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경쟁이 치열해 각국이 1년에 1개씩만 등재 신청을 할 수 있다. 국내 여러 문화유산이 신청 절차를 밟기 위해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허락된 기회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세계인의 입장에서도 백제의 1급 문화유산을 널리 향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좋은 결실을 이뤄 많은 사람이 백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1971년 무령왕릉 발굴처럼 백제사 연구의 큰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