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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기타 멘 기타 맨, 말름스틴 돌아오다

입력 | 2015-03-09 03:00:00

2015년 3월 8일 일요일 흐림. 기타 멘 기타 맨.
#148 Yngwie Malmsteen ‘Icarus Dream Suite Op.4’(1984년)




잉베이 말름스틴의 데뷔앨범 ‘라이징 포스’ 표지. 기타 맨은 엄지 대신 기타를 든다. 동아일보DB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들과 일한 거?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었지…. 말도 마.”

재작년 3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만난 미국 헤비메탈 가수 조 린 터너(64)는 1980년대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얘기는 그와 딥 퍼플, 레인보 활동을 함께한 리치 블랙모어(70)에서 스웨덴 출신 속주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52)으로 옮아갔다. “(음반사) 폴리그램 쪽 소개로 잉베이를 만나게 된 거야. 그 친구 얘긴 들어봤었지. 리치가 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처럼 되고 싶어 하는 놈이야. 스웨덴 놈인데, 나처럼 입고 나처럼 행동해’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 그러고 나서 4, 5년 뒤 잉베이랑 일하게 된 거야. 크레이지, 디피컬트, 지니어스…. 그에게 붙은 항간의 수식어, 다 사실이더구먼. ‘오디세이’(1988년) 앨범 만들 때 많이 싸웠지. 블랙모어, 말름스틴. 둘 다 참 독창적이고 별난 인간. 흑과 백처럼 서로 완전히 달랐지.”

배트맨, 버드맨만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슬픈 영웅, ‘기타 맨’도 있다. 1984년 데뷔한 말름스틴은 파가니니를 연상케 하는 초절기교와 카리스마 있는 용모로 30년 전 ‘속주 기타의 시대’를 잠시 이끌었다. 지난달 그가 스웨덴 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재작년 스톡홀름의 아바 박물관을 찾았을 때, 말름스틴의 기타와 화려한 의상이 스웨덴 음악 전시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기억이 난다. 아바가 세계인의 보편 감성을 움직였다면, 말름스틴은 과장된 무대 매너, 클래식 악곡을 헤비메탈에 도입한 유려한 화성단음계 연주로 컬트 팬을 이끌었다. 속주 중에 악곡의 강세에 맞춰 강력 발차기를 날리는 라이브 장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2007년) 안무 못잖다.

대학 새내기 때 교내 밴드 입단 오디션 곡으로 나는 말름스틴의 ‘이카루스 드림 스위트 작품번호 4’(1984년)를 선택했다. 도입부를 장식하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주제 선율을 연주할 때 어찌나 떨었던지…. 오디션에 낙방한 뒤 난 말름스틴식 초절기교와 안녕했다. 내게 절망을 준 그 동아리의 높은 권위에 괜히 저항하며 거칠고 투박한 연주에 천착했다.

최근 말름스틴의 초기 앨범 6장을 음질 보정 거쳐 4장의 CD에 담아낸 모음집 ‘나우 유어 십스 아 번드: 더 폴리도르 이어스 1984∼1990’가 나왔다. 기타 멘 기타 맨이 돌아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