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보이프렌드가 네 번째 미니앨범 ‘보이프렌드 인 원더랜드’를 9일 발표했다.
동화 3부작 완결판인 이번 앨범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앞서 ‘너란 여자’는 ‘피터팬’, ‘위치’는 ‘빨간 망토’를 모티브로 삼은 바 있다.
동화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를 관통하는 키치적인 콘셉트나 선명한 컬러는 친숙함으로 접근하지만, 보이프렌드만의 재해석이 가미되면서 이들만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설득력 있는 멜로디와 귀를 잡아끄는 서정성, ‘잔혹동화의 재해석’이란 확실한 기조를 따르면서도 감상의 다양함을 전달한 것은 이번 앨범의 특징이다. 여러 스타일의 수록곡들이 순애보 사랑의 다양한 주제를 노래한 것도 흥미롭다.
특히 음악 뿐 아니라 영상,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보고 듣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앨범은 리듬감 있는 멜로디 팝 스타일에만 갇히지 않는다. 흥겨운 리듬이 인상적인 도입부부터 EDM(전자댄스음악), 발라드 곡까지 재기발랄하게 섞인 곡들이 한 주제 안에서 고루 매력을 발산한다.
프로듀싱 유닛으로서 탄탄한 성장의 길을 걷는 동현과 정민이 작업한 발라드 곡 ‘로스트 메모리’도 탄력 있는 후반부를 잡아주면서 인상적인 감상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그룹 전체의 존재감을 날카롭게 다지면서도 개인 역량에 중점을 둔 것은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성장의 폭을 더욱 넓힌 결과다.
산뜻한 구성으로 틴팝적인 구성을 더한 ‘화이트 데이’, 부드럽고 강하게 사랑의 구속을 노래한 ‘삐딱이’ 등의 곡들은 주제에 충실하면서도 작품성을 놓치지 않는다. 보컬 운용에 집중력을 높여 담백한 매력을 선사한 ‘하나 둘 셋’ 역시 보이프렌드 특유의 색이 완성되었음을 드러낸다. 수록곡 모두가 지속적으로 감성의 결을 쌓은 결과,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앨범 곳곳에서 멤버들의 능숙한 처리가 돋보인다.
시간을 되돌려 오프닝과 엔딩을 동일하게 짠 구성이나, 그림자를 활용해 엘리스의 몸이 커지고 작아지는 효과를 구현한 동작 등은 동화의 작은 소재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