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리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하고 주가는 떨어졌다. 미국이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리기 시작하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한국은 당분간 금리 인하가 어려워질 수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4원 오른 1112.1원에 마감됐다. 또 코스피는 20.12포인트(1.00%) 내린 1,992.82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금리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신흥국 화폐인 원화의 매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또 외국인 자금이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미국으로 다시 환류되는 과정에서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 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개장 직후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29만5000명이 늘어나면서 예상치(23만 명)를 웃돌았다. 실업률도 전달(5.7%)보다 0.2%포인트 내린 5.5%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실업률 5.2~5.5%를 완전고용 수준으로 본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회복돼 정상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연준의 이 같은 분위기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불과 석 달 내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려버리면 내외(內外) 금리차가 줄어 자본유출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한은이 지금은 일단 내려놓고 6월에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오름폭이 너무 가팔라져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11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단숨에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의 예를 보면 미국은 처음 금리를 올릴 때는 매우 신중하지만 한 번 올리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우리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을 해야 하는 만큼 금리가 높아졌을 때에 대비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