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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속인채… 양심마저 파셨습니까

입력 | 2015-03-10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43>표기위반 갈수록 지능화




수입 삼겹살을 발로 밟아 늘이는 모습. 동아일보DB

“설마 했다가 완전 망했죠….”

서울 송파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38)는 최근 원산지를 속이고 영업을 했다가 시쳇말로 쫄딱 망했다. 주중에는 100g당 6100원 정도 하는 강원 홍천산 등심을 팔았지만 주말에는 호주산 쇠고기를 100g당 1600원에 공급받아 팔았던 것. 물론 이 주말용 고기가 호주산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명기하지 않았다. 국내산이라고 해서 팔아야 이득이 많이 남기 때문. 최 씨가 주말에만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원산지 표시 단속을 하는 공무원들이 주말에는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단속원을 속이기 위해서 호주산 쇠고기는 금요일 저녁 늦게 소량씩 공급받았고, 평일 냉장고에는 국내산 등심만 보관했다. 거래명세서 등 관련 서류에는 호주산을 거래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최 씨의 꼼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중과 주말 고기 맛에 차이를 느낀 손님들이 관련 기관에 제보를 한 것. 결국 최 씨는 잠복근무를 하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반에 적발됐다. 최 씨가 4년 동안 주말을 이용해 호주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쇠고기는 약 23t, 15억 원어치에 달했다. 최 씨는 현재 형사 입건돼 재판 중이지만 처벌보다 더 큰 타격은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이제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점. 최 씨는 “주변 상인들도 오랜 단골이었는데 이들에게까지 싼 외국산을 비싼 국내산으로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네에서 사실상 매장된 상태”라며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조금씩 하는 행위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피해가 올 줄 알았다면 안 그랬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허위 원산지 표시 위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유통 단계부터 김치의 포장지를 바꿔치기해 중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기본. 반찬은 국내산 김치를 쓰면서, 김치찌개에는 중국산을 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우 같은 무게일 경우 단면적이 더 큰 국내산처럼 만들기 위해 외국산을 망치로 두들겨 펴는 음식점도 생기고 있다. 중국산 표고버섯을 물에 불려 전국의 전통시장에서 국내산인 것처럼 파는 곳도 늘고 있다.

상인들의 정직하지 못한 원산지 표시는 내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산 판매량 감소는 가격 상승과 수입량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선량한 소비자들의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작은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속이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며 “상인들이 메뉴판에 기재한 원산지를 반드시 지켜 국내 경제에 조금이라도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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