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진짜 복지이야기]
경기 고양시의 한 중증장애인 시설. 최근엔 장애인들을 위한 그룹홈 주거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동아일보DB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 재소시설 떠나 지역사회 그룹홈서 생활
혹자는 왜 탈(脫)시설이냐, 혹은 탈시설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가장 명료한 대답은 당사자들이 탈시설을 원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생을 시설에 갇혀 정해진 대로만 살아야 한다고 상상해보면 쉽다. 서울시 정신장애인 탈원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292명 중 75%인 219명은 현재 머물고 있는 시설을 나가고 싶다고 응답했다. 지역사회생활에서의 생계비, 일상생활에서의 자기관리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퇴소를 원하는 비율은 정신의료기관 퇴원희망자 중 80.2%, 정신요양시설 퇴소희망자 중 72.5%에 달했다.
이미 시민의식도 이러한 시류에 많이 근접해 있다. 2014년도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을 바로 옆집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물음에 약 60%가 동의한다고 응답했고 약 21%만이 반대한다고 했다.
그룹홈에서 정신장애인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적응력을 기르기 위해 자조, 자립, 가정관리, 교통수단 이용, 사회성, 오락 활동 및 기능 등을 습득하게 되며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사회재활교사가 담당한다. 독일에서 공동생활가정의 특수보육사는 일반 전문보육사와 달리 2년간의 공동생활가정에서의 사전실습 후 3년 과정의 공동생활가정에 종사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에서 의료, 특수교육, 간호, 간사 등의 이론과 주당 30시간의 실기근무를 마치고 시험에 합격해 자격을 습득해야 하는 등 전문성과 실무교육이 많이 요구된다. 다만 사회재활교사가 해당 그룹홈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의 지나친 개입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그룹홈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의 ‘자립’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룹홈은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지위는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동일한 것이며 정신장애인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물론 자택이나 시설에서의 생활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룹홈이 정신장애인에게 보다 바람직한 생활방식 중 하나일 수 있다.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격리나 배제를 통한 치안보다는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훨씬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현재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정신장애인 권리와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이 발의 준비 중에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생존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그룹홈 제도를 보완해 양적, 질적인 주거공간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재활교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한편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제시해본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복지사업 안내에 따르면 공동생활가정의 유형을 설치목적에 따라 영구거주형(신변 자립이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장애인들에게 영구적인 독립생활을 수행토록 원조하는 지역사회와의 완전한 통합형), 훈련형(장애 정도에 따라 영구거주형 입소가 당장은 힘들거나 유보된 장애인에게 훈련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단기·중기형), 순회지도형(독립생활이 가능한 장애인들을 직원의 상시 도움 없이 생활하게 하는 장애인의 독립적 자기생활 보장형)으로 나눈다. 이 중 단기적으로는 훈련형을 실시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순회지도형이나 영구거주형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독일처럼 전문성과 실무교육을 확실히 배양한 사회재활교사를 배출해 투입하되 원칙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지도나 훈련을 최소화하고 개입이나 간섭을 중심으로 하는 관리는 가능한 배제하며 프라이버시 존중을 기본 방침으로 하면서 이를 위한 자원활동가의 활용 방안 또한 함께 고민해봄 직하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