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광주 어린이집 앞서 치여 숨져 인솔교사, 사고 모르고 들어가… 기사는 아이 못본채 출발 도로에 방치… 행인이 발견해 신고
경기 광주시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네 살짜리 남자아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다.
10일 오전 10시 9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이모 군(4)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지나던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는 “아이가 숨을 안 쉰다. 주변에 아무 차도 없는데 뺑소니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 정문 방향에서 아이들이 내리는 통학버스 출구 방면을 찍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 군은 이 어린이집 통학버스(25인승)에 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통학버스 운전사 김모 씨(39)는 이날 오전 10시 6분경 이 군을 포함해 원생 19명과 인솔교사 A 씨(42·여)를 태우고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 A 씨는 먼저 내려 아이들이 모두 내릴 때까지 하차를 도운 뒤 아이들을 따라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중간에 내린 이 군은 무슨 이유인지 버스 앞쪽으로 걸어가 CCTV 영상에서 사라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버스가 출발할 때 아이를 못 봤고 도로가 울퉁불퉁해 치었다는 느낌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인솔교사 A 씨도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으로 들어간 줄 알았다. 이 군이 차량 앞으로 가는 것은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뺑소니 혐의가 드러날 때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A 씨와 원장의 과실 여부도 조사 중이다.
김 씨의 통학버스는 경찰에 등록된 어린이 통학차량으로 확인됐다. 어린이 통학차량을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한 일명 ‘세림이법’이 올해 1월 29일 시행되면서 해당 어린이집이 통학차량 신고 의무는 준수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이 법은 2013년 3월 충북 청주의 한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김세림 양(당시 3세) 사건 이후 통학 안전 강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경기 광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