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44>부메랑이 된 스펙 뻥튀기
평범한 학점과 토익 점수에 해외 어학연수나 회사인턴 경험도 없었던 김 씨는 번번이 취업에 고배를 마시자 어느 날 간 큰 결심을 하게 됐다. 평범한 스펙을 범상치 않게 허위로 작성하기로 한 것이다.
김 씨는 마침내 재학 중 두 군데 게임 프로그램 공모전에 입상했던 사실을 부풀려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실제 이 공모전 준비는 친구들이 다 했고 김 씨는 한 번 검토 정도만 한 것 외에는 한 일이 없었다. 친구들의 배려로 소위 이름만 올린 것이다. 하지만 재작성된 자기소개서에서 김 씨는 팀의 리더였고, 자신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둔갑했다. 서류 검증이 까다로운 대기업은 피하고 중소 게임회사에 서류를 낸 결과 김 씨는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너무나 탁월한 자기소개서 덕에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한 프로젝트의 소팀장이 됐지만 아는 것이 없어 회사 동료들로부터 추궁을 당했다. 결국 이 사실이 회사에까지 알려졌고 김 씨는 허위서류 작성으로 퇴사당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다른 게임업체에 취업했던 친구들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로부터 허위서류 작성 의혹을 받고 사실 여부를 추궁받았다.
실제로 김 씨처럼 이력서, 자기소개서 스펙을 부풀리는 일은 이미 ‘취준생’ 사이에서 ‘당연한’ 일이 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구직자 3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3.1%가 “스펙 뻥튀기를 알고 있다”고 답했고, 31.1%는 “실제로 스펙을 부풀려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부풀린 항목으로 ‘성장과정’(27.3%)이 꼽혔다. 회사 입장에서 확인이나 검증이 거의 불가능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스펙 부풀리기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4.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씨는 “들킬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결국 나는 물론이고 친구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줘 미안할 뿐”이라며 “모두가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에 스펙을 부풀리다 보니 모두가 점점 더 힘든 길로 빠져드는 것 아닌가 싶다”고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