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의자로 체첸출신 지목하자 야권 “과거 암살사건 수사 닮아가” 살인청부 범죄집단 점조직 운영… 경찰이 범인 잡을 확률 1%도 안돼 관영매체 “샤를리 옹호탓” 몰아가
러시아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첸 출신 인물이 지목되자 러시아 야권 인사들이 보인 반응이다. 지금까지 암살된 러시아 야권 인사들을 살해한 사람들이 대부분 체첸 출신이었고, 거의 모든 사건이 미궁에 빠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에선 일반인에 대한 청부 살해 사건도 살인범이나 교사범을 잡기 어렵다. 범죄 집단이 점조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범인을 잡아낼 확률이 1%도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에 살인범이 잡힌 경우는 무려 9년 전인 2006년 9월 안드레이 코즐로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청부 살해 사건으로 청부 살해 의뢰자→소개 및 중개업자→폭력조직→킬러에 이르는 범죄 가담자들이 모두 붙잡혀 이례적인 경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렇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경우는 러시아에서 매우 드물다. 특히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엔 정치적 목적에서 자행된 청부 살해 사건들 대부분이 실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는 즉시 청부 살해 의뢰자부터 킬러까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실제 2004년 포브스 모스크바지국 기자였던 폴 흘레브니코프 씨가 죽었을 때에도 유력한 용의자로 체첸인 3명이 체포됐지만 증거 부족으로 풀려나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2006년 10월 반푸틴 신문인 노바야가제타 여기자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살해되었을 때에도 러시아 경찰은 5년 뒤인 2011년 체첸 출신의 총잡이를 범인으로 붙잡았으나 배후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넴초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전 체첸공화국 경찰특공대 부(副)대장 자우르 다다예프로 알려지고 있다. 모스크바 언론들은 그가 경찰에서 “넴초프를 향해 총을 직접 쐈다”고 자백했다고 전하지만 러시아 범죄 전문가 안드레이 솔다토프 씨는 10일 모스크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다예프는 가장 낮은 단계의 실행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체첸공화국은 이슬람 반군들 때문에 당국이나 언론이 용의자를 추적하거나 범행 모의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용의자 일부가 드러나도 수사 도중 진술을 뒤바꾸면 진상 규명도 도마뱀 꼬리 잘리듯이 흐지부지된다. 넴초프 사건도 이런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