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정책사회부 기자
“기업들 부담만 늘릴 게 뻔한 이런 걸 도대체 왜 하겠다는 건지….” 제도 시행 전 이랬던 업체들. “거래도 없고, 파리만 날리는데 이럴 걸 뭐 하러 도입했냐”며 계속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거래제는 정부가 각 업체(525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할당량을 초과해 배출한 곳은 과징금을 물거나 할당량이 남는 업체한테서 배출권을 사서 쓰게 한 제도다. 거래가 없는 건 맞다. 개점휴업 상태다. 시장이 개설된 1월 12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성사된 거래는 딱 4건. 거래 물량은 1380t이 전부다. 하지만 예상됐던 일이다. 환경부는 제도 시행 전부터 “초기에는 거래가 저조할 것”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우리보다 먼저 거래제를 시작한 유럽연합(EU)도 그랬다. 2005년 1월 시장이 문을 연 EU는 그해 2월 11일에야 첫 거래가 있었다. 거래 시행 이듬해인 2006년 거래량이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었고, 3년째이던 2007년에 6배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005년 대비 57배까지 늘었다.
거래제 대상 업체뿐 아니라 금융회사 등 일반 투자자의 거래 참여를 허용하는 EU가 이 정도다. 우리나라는 업체들의 요구로 2020년까지는 일반 투자자의 거래를 막아 놨기 때문에 EU 같은 증가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거래에 밝은 업계 사람들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왜 그럴까. 업계가 산출한 거래제 시행에 따른 추가 부담금 액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업계는 지난해 7월 업계 예상 배출량과 정부 계획 할당량의 차이 2억7500만 t에다 과징금 상한인 t당 10만 원을 곱해 27조5000억 원의 부담이 추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줄인다는 건지, 못 줄인다는 건지, 어쨌든 거래제가 시행돼도 배출량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나온 액수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제도다. 마음에 안 들어도 군말 없이, 어떻게든 줄일 방법을 찾아보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