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남자 선배들이 새내기 여학생들에게 섹시 댄스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강원 평창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 뒤풀이 행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학생들이 배치된 방 이름도 에로비디오 제목처럼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으로 낯 뜨겁게 붙였다. ‘여자 신입생은 골반을 흔드는 등 걸그룹의 섹시한 춤을 춰야 한다’ 같은 규칙을 어기면 술을 마시게 하는 벌칙도 있었다. 선배를 지목하고 성관계를 암시한 표현으로 ‘나랑 라면 먹고 갈래’라고 말하라는 규칙도 있었다.
▷대학가의 일그러진 성문화는 뿌리가 깊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는 가부장적 의식에 젖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에야 다들 쉬쉬했지만 민주화 이후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운동권의 마초적 풍토는 도마에 올랐다. 해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교내 개최와 술 없는 행사 등 변화가 없지는 않지만 갈 길이 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