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규 NH투자증권 홍콩법인 이사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역내 채권시장은 정부 및 기업의 자금 조달 원천으로 비약적 성장을 했다. 특히 미국 달러화로 발행되는 채권시장의 확대가 눈에 띈다. 아시아 국가들의 국제 무역 참여 비중이 높아지고, 그동안 주요 달러 공급원이었던 은행권의 집단대출(신디케이션 론)을 대신하는 자본시장의 하부구조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 또는 정부 소유 은행이나 기업이 중심이었던 달러화 채권시장 발행 주체가 정보기술(IT), 유통, 식음료, 부동산 개발업종 등으로 다양해졌고 회차당 발행 규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뉴욕 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해 화제가 됐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달러 채권시장 데뷔 딜에서 3년 만기부터 최장 만기 30년까지 80억 달러를 조달함으로써 아시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바젤3’(은행 자본 건전화 방안)의 자본 확충 권고에 따라 은행들의 보완자본 성격인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급증한 것도 시장 확대 요인 중 하나다.
아시아 달러화 채권의 가격, 즉 이자율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달러화 채권의 이자율은 비슷한 만기의 미국 국채 이자율에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를 추가해 결정된다. 평균적인 가산금리는 2% 수준이고, 5년 만기 미국 국채 이자율이 1.6%(3월 6일 기준)이므로 약 3.6% 수준이다. 발행 통화가 다르기 때문에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한 후의 이자율 수준을 비교해도 원화표시 회사채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같은 미국 달러로 발행된 비슷한 신용등급의 한국 채권보다 0.5∼1.0% 가산금리가 더 붙어서 거래가 되고 있다.
한국도 경제의 성숙도와 함께 금융자산의 축적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자산만으로는 투자수요를 채울 수 없는 상황으로 진입했다. 선진국 시장이 보여준 자본의 흐름을 우리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해외 채권 투자를 통해 적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지역적 분산투자를 통해 효율적으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천병규
NH투자증권 홍콩법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