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경협 봄바람’ 훈춘을 가다]
훈춘의 北 여성근로자 ‘단체 식사 행렬’ 8일 낮 중국 지린 성 훈춘 변경경제합작구의 ‘썬린왕무예’ 지구에서 북한 여성 근로자 100여 명이 점심 식사를 끝내고 밝은 표정으로 공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에 ‘국제적인 브랜드를 만들자’는 문구가 보인다. 훈춘=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어 훈춘 시내에서 50km가량 동쪽의 두만강 하구에 있는 취안허(圈河) 세관으로 이동했다. 2010년 보수가 끝난 두만강대교의 강 상류 쪽으로 교각 5쌍이 건설되고 있었다.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인 신두만강대교다.
훈춘이 중국 동북쪽의 비교적 외진 곳이라는 약점에도 ‘도약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은 북한 및 러시아와의 접경지대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뚜렷한 비전이 있기 때문. 주변국과의 변경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동안 투자가 끊겼던 시 외곽의 ‘훈춘변경경제합작구’에도 점차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 근로자들의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변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중앙정부도 “주변국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할 정도로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의 포스코와 현대그룹도 훈춘 외곽에 물류센터를 완공하는 등 이 지역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훈춘이 북한 나선, 러시아 하산과 추진 중인 ‘무비자 관광구’도 훈춘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린 성과 훈춘 시는 3국 접경지 팡촨(防川) 주변으로 3국이 10km²씩을 관광구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3국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팡촨의 전망대에는 무비자 관광구 개발에 대한 계획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다.
훈춘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의한 동진(東進) 프로젝트도 즐비하다. 지난달 10일 장차오량(蔣超良) 지린 성 성장은 창춘에서 열린 지린 성 인민대표대회 회의에서 “훈춘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훈춘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180km 거리지만 도로 사정이 안 좋아 현재 5시간가량 걸린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1시간 남짓이면 도달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지린 성은 러시아 최대 항만운영기업인 슈마그룹과 연해주 하산 구 자루비노 항 개발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9일 바인차오루(巴音朝魯) 지린 성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참석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지린 성 토론회에서 “동북 3성이 바다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고 보고했다.
훈춘은 올해 10월 창춘∼훈춘 고속철로를 개통하는 등 ‘동북아 허브’ 도시로의 비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9월에는 정원이 1만 명에 이르는 대학을 훈춘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열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인력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훈춘=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