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합수단,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 본격 수사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11일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와 관련해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체포·사진)을 정조준하면서 방산업계와 군 주변에서 끊이지 않던 이 회사 관련 의혹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은 이날 이 회장의 체포영장에 연구개발비를 부풀려 방위사업청에서 약 5000만 달러(약 560억 원)를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를 적시했다. 합수단은 이미 일광공영 측이 연구개발 용역을 주기로 했던 SK C&C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일광공영이 자금을 받아낸 뒤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군에 납품된 EWTS가 군 작전 요구 성능(ROC)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의혹은 이미 2009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위원은 당시 “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일광공영이 수사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올해 초 1000억 원대가 넘는 수의계약을 중개하고 추가로 3건을 입찰 중에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일광공영은 ‘불곰사업’(옛 소련에 제공한 경협 차관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받은 사업)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당시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무기중개상과 전력화는 별개”라고 답했고, 송모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장은 “터키 하벨산과 일광공영이 독점적 계약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2001년 국정감사에서도 군납 실적이 3억 원에 불과하던 일광공영이 3000억 원의 대형 무기사업 판매권자로 나선 것을 놓고 ‘정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금고 안에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 수사관들이 터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일광공영의 서울 성북구 본사를 11일 압수수색해 건물 지하에서 발견한 금고를 차량에 싣고 있다. 검찰은
비밀번호를 파악하지 못해 이날 밤 늦게까지 금고를 열지 못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합수단은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정관계 로비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선 전 기무사령관 A 씨가 퇴임 후 일광공영 계열사 대표를 지냈고, 방사청 사업부장을 지낸 예비역 준장 권모 씨가 일광공영 자회사 고문을 맡고 있는 점 때문에 군 고위층과의 유착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과거 정권의 청와대 안보책임자 이름도 거론된다. 다만 일광공영이 압수수색에 치밀히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여의치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합수단은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 보강 사업의 중개를 맡았던 일광공영이 관련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