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인간은 정말 사회 환경에 따라 변화하면서 사는 존재인 모양이다. 몽골은 바다에 전혀 접하지 않은 내륙 국가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민간 목축업이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개 소와 양을 키우며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이다. 주식은 밀가루와 양념을 제외하면 흔히 ‘붉은 음식’과 ‘하얀 음식’으로 나뉜다. 붉은 음식이란 육류 즉 가축의 고기이다. 가을이면 통통하게 살찐 가축을 잡아 추운 겨울에 대비해 말리거나 얼려 저장한다. 하얀 음식은 가축에서 나오는 젖 그리고 그 젖으로 만드는 치즈,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이다.
오래전 몽골인들은 야채를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그때에는 식용 야채가 거의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를 궁금해한 외국 사신에게 칭기즈칸이 한 대답이다.
칭기즈칸의 군대가 외국 원정을 떠날 때면 음식을 나르는 보급부대가 따로 있기보다는 군인들이 소와 양을 끌고 다녔다고 한다. 쇠고기는 육포로 만들어 안장에 넣어 이동하면서도 먹을 수 있어서 뛰어난 기동력을 지닐 수 있었다고 한다. 양고기는 얇게 썰어 안장 밑에 깔고 다니며 숙성을 시켜 먹었다.
몽골은 한국보다 많이 북쪽에 있어 겨울에 추운 날은 영하 40도 이하가 되기도 한다.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 많은데, 추운 날씨에서 생활하다 보니 열량이 높은 음식을 먹어야 했을 것이다. 몽골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허르헉’이다. 양고기를 양념해 불에 달군 돌과 섞어 두어 익혀 먹는 음식이다. 뜨거운 돌로 익힌 양고기의 맛이 일품이다. 서울 동대문에 가면 몽골타운이 있다. 몽골 음식점부터 몽골인과 관련된 사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가면 허르헉을 먹을 수 있다.
한국 음식 중에서 허르헉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음식은 갈비찜이다. 한국의 음식 중 ‘대부분’은 몽골 음식보다는 양념이 강하다. 여기서 ‘모두’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동치미 때문이다. 살짝 언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의 맛은 그야말로 발군인데 정확한 설명이 쉽지 않다. 한국의 요리학원에서 처음 배운 음식인 구절판도 양념은 거의 하지 않지만 화려한 멋과 함께 아름다운 맛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에 비해 닭발은 참 매운 음식이다. 외국에서 손님들이 오면 대개 한국의 바비큐라고 설명하고 고깃집에 가서 등심이나 갈빗살, 차돌박이 그리고 삼겹살과 돼지갈비 등 4, 5가지 고기를 대접한다. 세 번째나 네 번째 고기가 나오면 또 다른 메뉴가 있냐고 하고, 여기에 마지막에 냉면을 시켜 준다고 하면 모두가 놀라고 만다. 한번은 중국에서 온 학교 교장들이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강남역 쪽에 데리고 가 ‘불타는 닭발’을 대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먹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던 기억이 난다. 한국 음식문화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국토의 삼면이 바다라서 그런가 싶다. 바다로 둘러싸여 해산물도 많고 음식문화도 다양해 지역에 따라 독특한 먹을거리가 많다.
※이라 씨(38)는 몽골 출신으로 2003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 2010년부터 4년간 새누리당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다문화여성연합 대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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