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헌법 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연탄을 든 할머니가 골목길을 오르고 있다. 최저생계비는 장애인, 홀몸노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장희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국가의 생계보호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함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생계급여 등의 수급액과 그밖에 국가가 지급하는 급여나 세금감면액 등을 모두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상 장애인에게 부여되는 각종 급여나 세제 등의 혜택을 고려하면 위 최저생계비 고시가 K 씨를 비롯한 장애인 가구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차이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까? 만약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물질적 기초마저 없어 생존 자체가 어렵다면,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타고난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혹은 요즘 논란이 되는 ‘갑을 관계’처럼 경제력의 차이가 강자의 약자에 대한 인격적 지배에까지 이르렀다면, 과연 그 사회를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은 결국 ‘사회적 정의’라는 헌법 문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헌법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근로의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를 비롯해 다수의 사회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면서, 국가의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증진 의무를 천명하고 있다. 사회권적 기본권이란 바로 빈곤, 실업, 질병, 재난, 장애, 노령 등의 이유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국가에 사회적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말한다. 이를 통해 헌법의 주인인 국민이 국가를 통해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개인은 사회적 기본권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회권의 실현에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국가에 다른 수입이 없는 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또한 소득에 비례해 고율의 세금을 부담하는 누진세와 같은 사회적 조세제도는 부의 재분배를 가능하게 해 사회적 정의의 실현에 기여한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 부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권의 구체적 실현은 국가의 재정적 능력과 경제적 여건 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보장제도를 어느 정도로 실행할 것인지는 국가예산이나 정책적 우선순위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의 합의에 따라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본 최저생계비 고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내려진 것이다.
이장희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