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그런 축구 정원을 8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국은 유엔 회원국보다 많다. 그런 글로벌스포츠의 정원을 축소하자는 게 말이 되는가.
“어렵지만 해야 한다”는 게 최근에 만난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황보관 기술교육실장의 말이다. 이 위원장과 황보 실장은 프로선수 출신의 축구 행정가다.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고 이론에도 해박하다. 이런 ‘축구 박사’들이 줄이자고 하는 건 바로 유소년(12세 이하) 축구의 정원이다.
스페인은 1988년부터 유소년을 대상으로 8인제 축구를 도입했다. 여기를 거친 선수들은 22년 뒤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보다는 늦었지만 대한축구협회도 8인제 축구를 도입했다. 2012년 4월 설명회를 열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 넘게 흘렀지만 8인제 축구 대중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장점이 많은데 왜 널리 퍼지지 않는 걸까.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전국소년체육대회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여기서 축구가 11인제로 치러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회를 8인제로 바꾸면 간단하지 않을까. 그게 쉽지 않다. 선수 부모들의 회비를 근간으로 축구부를 운영하기에 선수 수를 줄이면 회비도 줄어들까 봐 일선 지도자들은 8인제 축구를 꺼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년체육대회에서 축구를 아예 빼버리면 안 될까. 이것도 쉽지 않다. 시도협회 장학사와 각 학교 교장, 축구부 담당 교사 등이 자신의 평가가 달린 문제라 반대하고 있단다.
정원을 줄이면 축구부 만들기도 쉬워진다. 지역 축구부가 늘면 아이들이 축구를 접할 기회도 많아진다. 8인제는 11인제와 달리 선수 교체 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벤치를 지키는 시간도 줄어든다. 그런데도 현장은 변화하지 않는다. 좋은 줄 뻔히 알면서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 유소년 축구의 현실이 이렇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