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 싸움’의 승자는 막내 박혜진(25)이었다.
우리은행 가드 박혜진이 12일 열린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박혜진은 정은순, 정선민, 김영옥(이상 은퇴), 변연하(KB스타즈)에 이어 역대 5번째로 2년 연속 최고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박혜진은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3년 연속 MVP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박혜진은 기자단 투표 96표 중 46표를 얻어 팀 동료인 임영희(35·21표)와 양지희(30·18표)를 제쳤다. 박혜진은 “솔직히 지난해에는 MVP로 뽑힐 줄 알고 수상 소감까지 준비했는데 올해는 정말 선정될 줄 몰랐다. 한 게 없는데 상을 받아 욕을 먹을 것 같기도 하다. 영희 언니에게도 미안하다. 끝까지 한국여자농구를 위해 뛰라고 주신 상으로 생각하겠다”며 울먹였다.
이날 외국인선수상을 받은 우리은행 샤데 휴스턴은 수상 소감을 말하다 갑자기 “애프터눈 프랙티스(오후 훈련) 없어요!”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도 훈련 일정을 잡아 놓은 위 감독을 향해 한 말이었다. 박혜진은 “선수들이 휴스턴을 꼬드겼고 한국어로 ‘없어요’를 가르쳤다”고 귀띔했다. 당황한 위 감독은 즉석에서 훈련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정규리그 2위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KB스타즈의 서동철 감독이 대학(고려대) 2년 선배인데 당시 후배들을 많이 힘들게 했다. 그때의 ‘빚’을 갚아주고 싶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서 감독은 “그때는 운동 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이해를 구한 뒤 “내가 술을 많이 사 주지 않았느냐. 술값을 생각해서라도 KB스타즈가 이겨야 한다”고 응수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위성우 감독은 “누가 이기든 완전히 진을 빼고 우리와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3전2승제의 플레이오프는 15일 막을 올린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