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테러한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55)가 김정일 분향소 설치를 시도한 전력이 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명성 미 대사 피습사건 수사본부 부본부장은 사건 다음날인 6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 씨가) 2011년 12월 대한문 앞에서 김정일 분향소 설치를 시도한 사실이 있어 보안수사팀과 합동으로 이들 행적과 이번 범행과의 관련성, 그리고 국내외 배후세력 존재 여부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심층적으로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 측 황상현 변호사는 “절대 아니다.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 당시 대한문 앞에서 분향소 설치를 주도한 사람들은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 회원들이다. 당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분향소 설치를 막겠다며 장소를 선점하고 시위를 벌였고, 결국 분향소 설치는 무산됐다. 이때 김 씨는 덕수궁 매표소 앞에 있다가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에 “시청을 방문하기 위해 덕수궁 앞에서 버스를 하차했다. 어버이연합 사람들이 현수막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데,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사람과의 충돌을 목격하면서 덕수궁 매표소 앞에서 잠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20여 명으로부터 아무 이유 없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글을 올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김 씨는 우리가 집회를 준비할 때 나타났는데, 국보법피해자모임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집회가 끝날 때까지 2시간여 머문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말 우연히 구경한 거라면 그렇게 오래 머물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보법피해자모임 측은 김 씨의 가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분향소 설치를 주도했다가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국보법피해자모임 소속 윤모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씨는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김 씨가 어떻게 오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윤 씨는 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우리민족련방제일통일추진회의(련방통추)’ 상임의장을 지냈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련방통추의 김수남 현 의장 등 간부들과 수시로 연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은 “김 씨와 2003년에 처음 만났고, 종종 행사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씨가 련방통추 간부이던 윤 씨와 정말 분향소 설치 장소에서 우연히 처음 만났는지도 의문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