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그룹 세움’ 8월 공연… 인천 토속음악 세계에 홍보 섬지역 민요 채집 CD로 발매
올해 8월 영국 에든버러 국제재즈페스티벌에 초청된 퓨전국악팀 ‘월드뮤직그룹 세움’이 지난해 7월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펼친 공연 ‘브레스’. 월드뮤직그룹 세움 제공
연평도 토박이 어민인 70대 노창식 씨가 최근 막걸리를 마시다 부른 ‘연평도 배치기’의 한 대목이다. 조기를 많이 잡은 기쁨을 표현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단어의 뜻은 잘 모른다고 할 정도로 구전을 거듭해온 민요다.
퓨전국악 연주팀 ‘월드뮤직그룹 세움’을 이끌고 있는 유세움 씨(32)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포격 피해를 입었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이 같은 토속음악을 수집했다. 유 씨는 들고 다니던 캠코더, 녹음기에 노 씨 노래의 가사와 원곡을 생생히 담았다.
구월산 노래는 6·25전쟁 때 황해도 구월산에서 숨어 지내던 피란민들이 포격 속에서 부르던 ‘신민요’라는 것. 당시 18세 때 백령도로 피란 온 노순말 할머니가 술 한잔 걸친 뒤 “너희 해나 집은 어드메길래 해가 지도록 짖을 게냐. 안개나 속에 일반 초당의 나의 집일세∼”라는 구전 민요를 들려줬다. 깊은 산속에 숨어 지내며 집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유 씨는 소리 채집 과정을 정리해 168쪽짜리 ‘인천의 소리를 보다’(다인아트)라는 책으로 펴냈다. 또 20곡의 원음과 원곡 6곡을 퓨전국악으로 편집한 CD ‘인천 리와인드(Rewind) & 리버스(Rebirth)’를 11일 발매했다.
“퓨전국악 창작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인천 민속음악을 찾아다녔지만 제대로 된 음원을 발견하기 어려웠어요. 14개월간 무작정 섬에 들어가 소리하는 어르신을 수소문하기 위해 민박집, 노인정, 상점을 전전했으며 만나는 노인에게 어릴 적부터 부르던 노래를 청해 들었어요.”
그는 풍랑으로 인해 며칠씩 섬에 발이 묶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가 쓴 경비 중 노인들과 친숙해지기 위한 음료수, 술 구입비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런 열정은 ‘월드뮤직그룹 세움’에도 그대로 배어 있다. 세움은 창단된 지 3년에 불과하지만 인천의 대표적인 국악연주단으로 자리 잡았다. 단원들은 유 씨를 비롯한 전통 타악기 연주자와 가야금 연주자 4명을 중심으로 색소폰 피아노 트럼펫 콘트라베이스 등 서양 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아경기 때 주경기장 야외광장에서 ‘하나 되는 아시아’라는 공연을 한 데 이어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4 서울아트마켓(PAMS) 개막 무대에 나섰다. PAMS는 국내 최대의 공연예술 견본시장.
지난해 한국 장단을 가미한 월드뮤직을 CD 2장에 담아 발매했다. 세움 음악에 대해 “소리의 울림은 몸짓이 되고, 몸짓은 신명을 불러온다. 이 소리를 들으면 몸이 개운해진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월드뮤직그룹 세움은 올 초 인천 공연팀 중 처음으로 ‘한국 대중음악상’의 최우수 연주와 최우수 크로스오버 2개 부문의 수상 후보자로 올랐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에든버러 국제 재즈페스티벌에 초청됐다. 2015 에든버러 프린지 초청공연 프로그램의 하나로 8월 16∼22일 에든버러 시베뉴 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유 씨는 “한국 퓨전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에 더욱 매진하려 한다. 인천 예술브랜드를 콘텐츠화하기 위해 섬에서 채취한 토속음악을 토대로 한 뮤지컬 ‘바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