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투입 테마공원-탐방로 등 조성… 문화축제 열어 브랜드 가치 높이기로
제주 밭담은 얼기설기 엉성하게 쌓은 듯하지만 거친 바람에도 끄떡없이 견디는 지혜의 산물이다. 이 밭담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올해부터 추진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밭담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제주도는 14억 원을 들여 밭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주민의 새로운 소득창출 자원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밭담 공원을 비롯해 밭담을 주제로 한 문화 축제와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 제주 밭담 관광자원화 시동
다양한 밭담 관련 사업을 위해 ‘제주밭담 경관보전지역’을 지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제주도발전연구원 강승진 연구위원은 최근 심포지엄에서 밭담 경관보전지역을 핵심지역, 완충지역, 특별관리지역으로 나누는 안을 제시했다. 핵심지역은 세계자연유산 지구(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포함한 사방 5km 이내다. 완충지역은 해발 200∼600m 중간 산간 일대로 밭담 원형을 유지하고, 밭담 경관이 우수한 곳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다. 강 연구위원은 “농업 기계화, 도시·도로 확산 등으로 제주 밭담이 점차 훼손되고 있다. 보전지역 지정은 공모 방식과 연계해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켜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체계적인 조사가 필수
밭담은 밭을 개간하면서 캐낸 돌을 활용해 바람과 경작지를 동시에 관리하는 돌담 구조물이다. 사진작가인 강정효 씨(50)는 최근 발간한 사진집 ‘바람이 쌓은 제주돌담’에서 동국여지승람 동문감 기록을 인용해 밭담의 기원을 고려 고종 무렵으로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농경생활과 더불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땅을 개간해 밭으로 만들다 보면 돌이 나오고, 이 돌을 주변에 쌓아두면서 돌담의 시초가 됐다는 것이다. 이후 경계, 울타리, 방어 등의 용도로 돌담이 쓰였다.
밭담은 제주만의 독특한 농업 시스템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체계적인 조사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제주지역 돌담의 총 길이가 3만6355km이고 이 가운데 밭담이 2만2108km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표본에는 경지정리지역이 포함되는 등 문제가 있어 재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강 씨는 “연구와 활용을 위해서 체계적인 기초조사가 필수적이다.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는 돌담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 독특한 유산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