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감성의 미래’ 방한 연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씨가 12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에 참석해 과거사를 왜곡하는 아베 정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끊임없이 비판해 온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80) 씨는 12일 “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못할 만큼의 정말 막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다”며 아베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연설에서 “일본은 아시아에 대해 특히 한국 국민들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고 새로운 헌신을 만들어 가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패전 후 과오를 반성하는 노력이 일본 밖에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는 패전 후 10년을 일본이 가장 떠올리기 싫은, 부끄러워해야 할 시대라고 주장하며 지우고 뒤집으려 하니 일본의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했다.
오에 씨는 최근 일본을 방문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일본 과거사 청산 촉구 발언에 대한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에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메르켈 총리를 향해 일본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나는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이 더 걱정된다”며 “메르켈 총리가 다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너희(일본)가 더 새롭고, 너희한테 배울 게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일본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에 대해 “그와 독일은 원전 반대를 주장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어 유럽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감수성을 싹트게 한다”고 했다.
이날 강연장은 수백 명의 젊은 대학생으로 북적거렸다. 기조연설 뒤 서면으로 받은 질문에는 “취업도 힘든 환경에서 상상력은 젊은이에게 사치가 아니냐”는 내용도 있었다. 오에 씨는 “현실을 인식하는 힘과 새롭게 상상하는 힘은 총괄적이다. 우리에게 축적된 인식, 갑옷처럼 입고 있는 지식을 의심하고 상상력으로 뒤집을 때 르네상스와 같은 부흥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