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대 기준금리]금통위 금리인하 결단하기까지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0원 내린 1,12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해온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월 금통위에서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금리 동결의 이유”라며 “현재 금리가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이 같은 태도는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 强달러 대신 엔화 약세에 대응
한은의 또 다른 고민은 환율 문제였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하는 상황만 고려한다면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올려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원화보다 엔화,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로 더 가파르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엔화나 유로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하면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주려면 금리를 낮춰야 한다. 금리가 인하되면 한국으로 쏠리는 자금이 줄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추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미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지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서 급속히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급격히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6월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한은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외화 유출 대신에 수출경쟁력을 고려해 금리를 내린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바로 우리가 따라 올려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에는 각별히 유의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물가 대응을 위한 금리 인하 선택
이번 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은 안팎에서는 0%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과 유가(油價)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정상적인 수준이므로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는 일단 현재의 저물가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