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 이적성 내용 여부 검토… “金, 김정일 책 밑줄 그어가며 탐독”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당국은 김기종 씨(55·구속)가 과거 ‘김배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또 김 씨는 주체사상 등의 내용을 담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책 ‘영화예술론’을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김 씨가 과거 일부 일간지와 대학 학보 등에 ‘김배달’이라는 필명으로 ‘국악 보급으로 사회인식 높여 주체성 있는 민족음악 정립을’ 등의 글을 수십 차례 기고한 사실을 파악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2011년 김 씨가 편집인으로 참여해 ‘도서출판 우리마당’이 출간한 ‘이제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라는 책의 표지에도 ‘(제호) 김배달’이라고 적혀 있다. 또 김 씨는 2007년 ‘우리마당 피습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분신을 했을 때 지인들에게 “반만년의 한겨레를 상징하는 ‘배달’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수사 당국은 김 씨의 기고들을 확보해 이적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이 6일 김 씨의 자택 겸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영화예술론’은 김정일 선집 제3권의 100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약 350쪽 분량을 원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미국대사관저에 수사관 1명, 참관인 1명, 통역 1명 등을 보내 리퍼트 대사를 상대로 피해자 조사를 했다. 리퍼트 대사는 김 씨를 처벌해 달라는 뜻을 경찰에 밝혔다.
한편 김 씨는 여전히 자신의 범행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측 변호인 황상현 변호사는 11일 경찰병원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후회하는 기색이 없느냐’는 질문에 “(후회)할 리가 없다. 행위의 정당성에 대해 후회하거나 반성하거나 그러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를 13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변종국 bjk@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