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매년 이맘때면 열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4년 전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송됐을 때 왠지 타사 프로그램을 모방한 듯한 불편함이 있었다. ‘캐스팅’이라는 색다른 포맷을 내세웠음에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심사위원들이 알아듣기 힘들 만큼 추상적인, 그것도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심사평(물론 필자가 비전문가라 그렇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을 내놓는 것에도 야유를 보냈다.
그런데도 요즘 다시 이 프로그램을 본다. 바로 SBS TV의 ‘K팝스타’다. 본방송을 챙겨 보지 못할 때가 많아 다시보기로 지난 방송을 찾아보곤 한다. 반전의 짜릿함 때문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언더그라운드 가수 이진아 씨가 ‘K팝 한류’를 이끌고 있는 대형기획사 대표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그가 무대에 올린 자작곡마다 이슈로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같이 노래를 하고 싶은 파트너로 지목되지 못한 여성 4명이 모여 기막힌 하모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팀 이름을 ‘스파클링 걸스’라고 지은 이들은 그야말로 반짝이는 무대를 보여주면서 8팀이 겨루는 생방송 무대에 진출했다.
케이티의 반전이 감동적인 것은 약자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언더독(underdog) 효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약자를 응원하다 보니 그의 반전 무대에 더 큰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씁쓸한 내용의 자료를 하나 냈다. 2000년에 종업원이 300명 미만이었던 중소 제조업체 약 30만 개 중 2012년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을 둔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딱 2개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확률로 따지면 0.0007%다. 한국 경제의 언더독에게는 ‘톱독(topdog·상대적 강자)’으로 가는 길이 그만큼 멀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은 한국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톱독이 된 언더독이 많이 나오길 원한다. 케이티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 경제의 언더독도 성장의 기회만큼은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러나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마당에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부담만 줄줄이 커진다면 성장 사다리에 올라탈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까.
15일 생방송 무대에서 필자는 또다시 케이티를 응원할 것 같다. 그의 유쾌한 반란에 또다시 감동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