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美여성들의 삶… WSJ, 질병센터 자료 인용 보도

노인요양소에서 시급 10달러(약 1만1130원)를 받고 일하는 로버트 쿡 씨(20)와 고교를 갓 졸업한 도니아 펠턴 씨(19)도 최근 동거를 시작했다. 펠턴 씨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했지만 쿡 씨의 경제적 능력이 도저히 결혼을 감당할 수준이 안 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펠턴 씨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펠턴 씨는 여름에 출산한 뒤 가을 학기부터 인근 커뮤니티칼리지를 다닐 계획이다.
이들처럼 결혼하지 않은 채 동거하는 커플이 미국에서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전체 출산모 중 동거 여성’의 비중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해 양육하는 ‘동거 부모(cohabiting parents)’가 느는 이유는 뭘까. WSJ는 지난 수십 년간 고학력 여성이 점점 늘어나는 반면 저학력 남자들의 임금 수준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여성들에게 결혼이 경제적으로 덜 매력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많이 배운 여성들’의 처지에선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해 경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WSJ는 “고학력 고소득 남녀 커플은 결혼하고 아이를 갖지만, 저소득층에선 싱글 맘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결혼과 출산에서도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결혼한 가정은 재정적으로 더 안정되고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도 더 잘하는 반면 동거 커플은 파경을 맞는 경우가 많고 자녀 양육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곤 한다”며 동거 커플 증가 추세에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