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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문화콘텐츠 학과 학생들이 공연하는 모습.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제공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은 실전에 강하다. 사진은 멀티미디어 실에서 광고콘셉트로 사진을 찍는 모습. 왼쪽부터 이 학과 3학년 박기민, 김유림, 정주영, 주지환씨.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제공
경남대 문화콘텐츠 학과 김종원 교수는 요즘 바쁘다. 학기 초인데다 수업에서 실기 비중을 70%가까이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2학점짜리 과목도 실기 때문에 주 4시간 수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학생들이 힘들어하지만 졸업뒤 현장실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제공
경남대 문화콘텐츠 학과 학생들이 창작스튜디오에서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모습.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제공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3학년 정주영 씨. 그는 2학년 ‘이벤트 기획’ 수업 때 학교 축제기획안을 만들었다. 주제는 ‘동심(童心)’. 그냥 마시고 즐기는 대학 축제에서 벗어나 동심으로 돌아가보자는 취지로 팀원 6명과 상의한 끝에 결정했다. 기획안에는 보물찾기나 운동회를 넣었고, 피카추 떡볶이와 불량식품 판매도 넣었다. 그가 만든 PPT는 무려 100장. 그는 “이벤트를 어떻게 기획하는 지, 발표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등에 대해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연극동아리 ‘취연’의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인형극 ‘아이돌스’ 공연에 배우로 참여했다. 정극 배우도 어려웠지만 인형을 다루는 배우도 기술이 필요한 장르여서 선배들로부터 배웠다. 현재 그의 꿈은 마산지역의 첫 여자 무대감독이 되는 것. 그는 “여러 경험을 해보고 나서 스태프가 내게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배우의 마음을 헤아리는 무대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4학년 임세흔 씨는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영국의 한 대학에서 8개월 동안 ‘카메라 구도’를 공부했다. 지난해에는 동기, 후배들과 미디어동아리 쿰트(KUNMT)를 만들었다. 실전 경험을 쌓자는 취지다. 회원들은 학과 홍보 동영상을 만들었다. ‘창원 치과’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주고는 약간의 수고비도 받았다.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는 두 학생처럼 실전형 인재를 배출하는데 강점이 있다. 2004년 경상남도에서는 유일한 학과로 문을 열었다. 이후 동남권 지역 문화산업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배출해왔다. 나아가 문화콘텐츠 제작의 세계적 리더를 키우고 싶어 한다.
학과 커리큘럼은 크게 3개 전공트랙으로 운영한다. 먼저 공연산업 전문가, 디지털영상산업 전문가,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학과 목표에 따른 것이다. 학생들은 각 과정의 기초를 두루 배우며 자신의 전공을 찾아간다.
올해 학교 측은 스토리텔링 분야를 강화했다. 기존 청년작가아카데미 교수 3명을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영입했다. 스토리텔링이 문화콘텐츠의 기본이라는 박재규 총장의 뜻을 반영했다. 박 총장은 ‘문화의 기본은 글쓰기’라는 생각에서 2010년 청년작가아카데미를 개원했다. 이은상 시인 등을 배출해온 지역 전통을 이어받자는 뜻도 담겨 있다. 아카데미 개원 이후 신춘문예를 통해 11명의 등단 작가를 키워냈다. 1985년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한 정일근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청년작가아카데미는 일종의 문학사관학교다. 요즘 방송과 여행, 광고 등 문화콘텐츠 생산자들은 글쓰기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글쓰기와 의사소통, 독서세미나, 스토리텔링 입문, 글쓰기와 콘텐츠의 이해, 스토리텔링과 문화관광마케팅 등을 다양하게 배운다.
문화콘텐츠학과는 공연기획, 디지털영상콘텐츠 생산 전공도 스토리텔링을 기본으로 한 융복합 인재로 키워내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실험실습이 늘어나면서 학점당 강의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예컨대 2학점짜리의 경우 1주일에 3시간 또는 4시간을 들어야 한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쌓아주자는 취지다. 교수들은 기본 학점 시간보다 많게는 배를 강의해야 하지만 열정은 남다르다.
문화콘텐츠학과의 또 다른 자랑은 지역밀착형 실무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도시재생 문화콘텐츠 창작 프로덕션이 대표적. 이 프로덕션은 학생들이 창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 발표하는 전 과정을 실제 프로덕션처럼 운영해 보며 경험을 쌓자는 뜻으로 4년 전에 만들었다. 지역의 문화현장 전문가들이 학생들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창원문화재단의 3·15아트센터, 통영국제음악제의 관계자들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예컨대 배우는 학생들에게 연기에 대해, 무대감독은 학생들에게 조명과 무대설치에 대해 현장의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그동안 학생들은 봄 가을로 한 차례씩 뮤지컬 인형극 연극 등을 무대에 올렸다. 관객은 지역의 학부모와 학생, 아동 등이다. 무료다.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공동화하는 창동 일대의 옛 도심을 살려내자는 뜻도 담고 있다. 박기민 씨(3학년·학생회장)는 “영국의 리버풀은 한때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였으나 그룹 비틀스를 집중 조명하는 정책으로 관광 도시로 거듭났다”며 “요즘 창동 오동동 지역 등 옛 도심에 예술촌이 들어서고 문화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원 교수는 도시재생문화콘텐츠창작 프로덕션의 주무 교수. “기획을 하는 학생이나 배우를 하는 학생, 무대 조명을 하는 학생, 그리고 제작과정 전체를 영상기록물로 만드는 학생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학생들이 참여한 모든 과정을 파트별 자료로 남긴다. 연습과정과 일지, 매일의 활동 사항 등을 보고서로 만들고 현장 기록 영상으로 남긴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실수를 통해 배우고 익힌다. 보고서를 1년에 몇 권씩 만들다보니 몇 년간 쌓여 데이터베이스(DB)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작업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는 2014 교육부 특성화사업(CK-1)과 우수학과(명품학과)로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한해 4억9600만 원씩 지원받고 있다. 학과는 이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디지털 영상부문의 첨단 교육기자재를 사는 데 썼다. 영상편집용 iMac 컴퓨터 시스템 20대를 들여와 수업 받는 학생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인터넷방송과 멀티미디어실에 디지털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뉴미디어 부문의 한정석 교수는 “지금은 영상의 시대다. 뉴미디어 부문은 날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발전가능성이 많은 분야”라고 소개했다. 그는 학생에게 작품을 만들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학생들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왜 만드는지를 이해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졸업 후 진출하는 분야는 넓다. 문화기획자, 공연제작자, 무대기술자, 아트디렉터, 연출가, 배우, 방송구성작가, 촬영·영상·편집기술자, PD, 미디어엔지니어, 웹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멀티미디어아티스트, 전시디자이너 등. 졸업생을 배출한 지가 아직 10년이 안되지만 졸업생들은 통영국제음악재단과 창원성산아트홀 등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문화콘텐츠 관련 산업에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입학정원은 60명에서 올해부터 55명으로 줄었다. 학생 1인당 장학금 평균 지급액은 55만 원 선.
창원=윤양섭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