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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서정희의 ‘32년간 포로생활’

입력 | 2015-03-14 03:00:00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억만장자가 된 마사 스튜어트(74)는 미국 여성들이 선망하는 ‘살림의 여왕’이다. 요리 원예 인테리어 등 다방면에 능숙한 살림솜씨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기업을 설립해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유명인사로 대접받는다. ‘모범 주부’로 쌓은 신화는 사업 성공 후 남편과 헤어지고 주식 관련 범죄로 감옥에 다녀오면서 살짝 금이 갔지만 집안일도 돈 버는 아이템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공로가 있다.

▷이 땅의 주부들에게 개그맨 서세원의 아내 서정희는 마사 스튜어트에 비견되는 최고의 살림꾼으로 통했다. 1997년 ‘사랑스런 악처 서정희의 작은 반란’을 비롯해 ‘서정희의 자연주의 살림법’ ‘서정희의 집’ 등 자기 이름을 앞세운 라이프스타일 관련 책에서 빼어난 감각과 실력을 공개했다. 남편과 사랑스러운 남매와 더불어 알콩달콩 사는 모습도 여성지를 통해 수시로 소개됐다. 1980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살림을 하면서도 가녀린 몸매와 인형 같은 얼굴을 유지해 아줌마들의 부러움을 샀다.

▷“제가 남편이 바람 한번 피웠다고, 폭행 한번 했다고 여기까지 온 줄 아십니까. 32년간 당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세원 부부의 폭행사건 공판에 나온 서정희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이날 그는 “열아홉 살에 남편을 처음 만나 성폭행에 가까운 일을 당하고 2개월 만에 결혼해 32년간 거의 포로생활을 했다. 남편이 무서워 감히 이혼을 요구할 용기가 나지 않아 참고 살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 부부가 살던 서울 강남 오피스텔 건물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폭행 장면이 공개된 데 이어 폭력에서 시작해 폭력으로 점철된 결혼생활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2010년 서정희는 한 인터뷰에서 “기쁠 때나 힘든 일이 생길 때 옆에 남편과 아이들이 있었기에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나는 주부로 사는 나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 사는 ‘내조의 여왕’의 이미지는 결국 ‘포로생활’을 감추기 위한 허상이었나.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