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주부들에게 개그맨 서세원의 아내 서정희는 마사 스튜어트에 비견되는 최고의 살림꾼으로 통했다. 1997년 ‘사랑스런 악처 서정희의 작은 반란’을 비롯해 ‘서정희의 자연주의 살림법’ ‘서정희의 집’ 등 자기 이름을 앞세운 라이프스타일 관련 책에서 빼어난 감각과 실력을 공개했다. 남편과 사랑스러운 남매와 더불어 알콩달콩 사는 모습도 여성지를 통해 수시로 소개됐다. 1980년 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살림을 하면서도 가녀린 몸매와 인형 같은 얼굴을 유지해 아줌마들의 부러움을 샀다.
▷“제가 남편이 바람 한번 피웠다고, 폭행 한번 했다고 여기까지 온 줄 아십니까. 32년간 당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세원 부부의 폭행사건 공판에 나온 서정희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이날 그는 “열아홉 살에 남편을 처음 만나 성폭행에 가까운 일을 당하고 2개월 만에 결혼해 32년간 거의 포로생활을 했다. 남편이 무서워 감히 이혼을 요구할 용기가 나지 않아 참고 살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