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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MB정권과 악연’ 이완구發 사정

입력 | 2015-03-14 03:00:00

자원외교 고발 특수부 배당 이어… 비자금 의혹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檢 수사대상 대부분 MB정부 인사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집중 포화를 맞으며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런 이 총리가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반부패 전쟁을 선포하자 청문회 국면과 달라진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 총리는 담화 발표 직전에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적으로 박 대통령이 부정부패 일소의 화두를 던졌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경찰 출신인 이 총리가 반부패 전쟁을 건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총리 발언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서면서도 “이 총리의 발언이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자칫 이명박(MB) 정부를 향한 표적 사정 시비로 번져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부정부패의 사례로 ‘해외자원개발 배임 및 부실 투자’를 지목했다. 검찰의 수사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는 형사부에 흩어져 있던 자원외교 관련 각종 고발사건을 모두 재배당받아 검토 중이다. 주요 의혹과 수사 대상은 대부분 MB 정부 인사들이다. 특별수사2부도 13일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결국 MB 정부 시절의 비리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리는 유 원내대표에게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국민의 불신이 높은 상황에 대한 원론적 표현을 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많다.

이 때문에 이 총리와 MB 정권의 ‘악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총리는 2009년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충남도지사직을 던졌다. 그 이후 MB 정부의 사정 표적이 됐다고 한다. 이 총리는 사석에서 “사찰 탓에 내가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MB 정부 사정의 희생자를 자처하는 이 총리가 정권이 바뀌자 사실상 MB 인사들을 겨냥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현수 soof@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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