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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교과서 위안부 시비 건 日, 獨교과서도 트집

입력 | 2015-03-14 03:00:00

‘부녀자 20만명에 매춘 강요’ 기술… 日 “숫자 파악 어렵다” 이의제기 방침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실은 미국 교과서의 수정을 요구한 데 이어 독일 교과서에도 시비를 걸고 있다.

12일 산케이신문 온라인판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독일 출판사 ‘클레트’가 펴낸 중등 교육용 역사 교과서에 ‘일본 점령지역에서 20만 명의 부녀자가 군의 매춘시설에서 매춘을 강요당했다’는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집권 자민당 산하 위원회에서 밝혔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독일 출판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역사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제는 제7장 ‘민주주의와 독재의 갈림길에서 유럽과 동아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아시아를 아시아인의 손에’라는 장(章)에 기술돼 있다. 교과서에는 위안부와 함께 ‘경제적 착취와 다수의 전쟁범죄 및 점령 지역에서 민중에 대한 차별 때문에 저항 운동이 거세졌다’는 해설도 함께 실려 있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각 주가 교과서 검정을 실시하고, 각 학교는 검정된 교과서를 독자적으로 선택한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말 미국 뉴욕에 있는 출판사 ‘맥그로힐’에 위안부 관련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외무성은 당시 ‘일본군은 14∼20세의 여성 약 20만 명을 위안소에서 일을 시키기 위해 강제로 모집, 징용했다’ ‘도망치려 했다가 살해된 위안부도 있었다’ ‘일본군은 위안부를 천황의 선물로 군대에 바쳤다’ 등의 기술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맥그로힐은 “우리는 명백히 교과서 저자들의 저술과 연구, 표현을 지지한다”며 수정을 거부했다. 미국 역사협회 소속 역사학자, 미 국무부도 “일본의 요구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시도를 차단했다.

일본이 미국과 독일의 역사 교과서를 잇달아 문제 삼는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국제 홍보 강화 차원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8월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제2차 세계대전 때 제주에서 다수의 여성을 강제로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고 증언한 인물) 관련 기사를 취소한 이후 위안부 문제에서 공세로 돌아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아사히신문의 오보로 일본의 이미지가 크게 상처 났다. 전략적인 대외 발신(홍보)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후 집권 자민당 내에 ‘일본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를 설치했고 이 위원회는 위안부 문제 관련 국제 홍보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각종 재판 기록과 위안부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강제 동원의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