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김영하 지음/252쪽·1만2000원·문학동네
하루는 아버지 동료인 육군 중령 하나가 지프차 운전병만 데리고 월북했다. 남은 가족에겐 비극이었다. 얼마 뒤 중령의 아내가 미쳤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는 자신과 또래인 중령의 아들에게 닥칠 운명을 걱정했다.
“거기에는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행위는 이해할 수 없었고 존재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해괴한 일들, 원시적이거나 혹은 반대로 아주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간들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물음표 속에 갇혀버립니다. 어쩌면 그 물음표를 문장들로 바꾸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저는 소설을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산문집 ‘말하다’에서 털어놓은 고백이다.
저자는 소설 창작 과정, 글쓰기의 즐거움, 비관적 현실주의자로서의 자세 등을 이야기한다. 익히 알려진 TV, 신문, 잡지에서 했던 말도 수록됐지만 멀리 해외에서 했던 강연 내용들은 새롭다.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며 ‘책의 향기’ 지면을 펼쳤을 독자들에겐 작가의 책 고르는 기준을 읽어볼 만하다. “첫째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둘째는 꼼꼼하고 믿음직스럽고 우아한 편집을 제공하는 출판사, 셋째로 번역서의 경우 신뢰하는 번역자의 책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일 경우는 작가의 관상을 눈여겨본다.”
독서에 다시 흥미를 붙이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자기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 다섯 권만 적어본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읽어본다. 다시 읽어보면 대부분 자기가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책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게 새로운 책을 읽는 것보다 놀랍도록 큰 어떤 발견의 기쁨을 준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