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한국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생략한 정부답변서를 각의(국무회의) 결정했다. 이는 일본이 한국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로 확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각의결정은 일본 정부의 최고 의사표시 방식으로 전체 각료의 만장일치로 채택된다.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나타낸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도 각의 결정을 거쳐 발표됐다.
15일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13일 한국에 대해 “우리나라와 함께 미국의 동맹국이며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를 채용한 나라”라고 표현했다. 스즈키 다카코(鈴木貴子) 민주당 의원이 “한국과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인식하고 있는가”라고 질의한데 대한 답변에서였다.
아베 내각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달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과 이달 2일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한국에 대해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빼고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고만 표현한데 이은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일본의 이야가라세(いやがらせ·일부러 남이 싫어하는 짓궂은 짓을 함)로 보인다”며 “스스로의 손으로 쟁취한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