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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이스라엘…네타냐후 최장수 총리, 재집권 가능할까?

입력 | 2015-03-15 18:47:00


강경 매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과연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다비드 벤구리온을 넘어설 것인가. 아니면 벤구리온의 후계자인 비둘기파 이츠하크 헤르조그가 이를 좌절시킬 것인가.

17일 총선을 앞두고 이스라엘 정국이 안개에 휩싸였다. 지난 초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 성사될 때까지만 해도 네탸냐후의 재집권이 확실해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반대했지만 미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도움으로 어렵게 연설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이 가져올 이스라엘 안보문제를 크게 부각시키며 사실상 대대적인 선거유세를 벌였다. 하지만 이 연설 직후부터 이스라엘 국내 표심은 반(反) 네타냐후로 기울었다.

13일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로노트)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대항마 헤르조그 노동당 당수(55)가 이끄는 좌파정당연합 시오니스트연합이 전체 120석 중 26석을 얻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은 22석 확보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총선이 ‘비비’(Bibi·베냐민 네타냐후의 애칭) 대 ‘락 로 비비’(Rak lo Bibi·‘비비만 아니라면 누구든’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선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지 않는 한 4년에 한번 총선이 열린다. 6년간 집권 중인 네타냐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1990년대 중반 3년 그리고 향후 4년을 합쳐서 재임기간이 최장 13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벤구리온의 12년 5개월을 넘어서는 최장수 총리가 될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미 의회 연설 이후 강경 일변도인 네타냐후에 대한 피로감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 여파로 그동안 ‘유약한 도련님’ 이미지에 갇혀 있던 헤르조그의 합리성이 부각되고 있다. 벤구리온이 창당한 노동당의 적자인 헤르조그는 지난해 말 리쿠드당 연정에서 떨어 나온 하트누아당과 손잡고 시오니스트연합을 구축하며 강력한 집권의지를 불태웠다.

그럼에도 헤르조그가 갈 길은 멀다. 시오니스트연합이 제1당이 되더라도 과반 의석인 61석 확보에 실패하면 제2당인 리쿠드당에게 권력을 넘겨줘야 한다. 이스라엘은 10여개 군소정당이 120개 좌석을 나눠 갖는데다 노선차이가 뚜렷해 연정수립이 쉽지 않다. 따라서 네타냐후의 ‘최장수 총리’ 꿈은 헤르조그의 정치적 수완에 좌우될 전망이다.

※예디오트 아로노 Yediot Ahronot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