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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법원에서 열리는 ‘특별한 입학식’

입력 | 2015-03-16 03:00:00

대안학교 ‘국제금융高 부산가정법원 분교’ 18일 설립
범죄처벌 자퇴 청소년 36명 입학… 2년 이수땐 정규 고교학력 인정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A 군(19)은 2년 전 휴대전화를 훔친 죄로 법원에서 1호 보호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은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를 위탁하는 것으로 가장 낮은 단계의 처벌이다. A 군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겁이 났다. 재판 등 처벌을 받느라 보낸 시간 때문에 복학하면 후배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고 자신의 소문이 학교에 퍼진 것도 부담이었다. 결국 1학년을 끝으로 중퇴한 A 군은 지난해 8월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에서 직원 소지품을 훔쳐 소년원에 가고 말았다.

각종 범죄로 처벌을 받아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부산에 설립된다. 부산가정법원은 18일 ‘국제금융고등학교 부산가정법원 분교’의 입학식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입학생은 모두 36명으로, 모두 범죄 처벌로 학교를 그만둔 고교생이나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청소년이다.

이들은 부산 사하구의 국제금융고등학교에서 매주 토요일 8시간 수업을 받는다. 집에서 거리가 멀거나 아직 다른 학생들과 수업을 듣기가 힘든 청소년들은 부산 금정구의 부산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에서 임시로 교육을 받아도 된다. 부족한 수업량은 독서와 문화·체험·봉사활동, 과제물 제출로 충당할 수 있다. 교과 수업과 진학 지도는 국제금융고 교사들이 맡는다. 1년을 3학기로 나눠 2년 과정을 이수하면 정규 고교 졸업학력이 인정된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시교육청이 인가한 사항이다.

A 군의 아버지도 이달 2일 입학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아들이 소년원을 나오는 대로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이 오리엔테이션에는 입학생의 학부모나 보호자가 전원 참석해 강한 열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가정법원 관계자는 “통상 범죄와 그로 인한 처벌로 학교에서 이탈한 보호 소년들은 학교로 돌아가더라도 한두 살 어린 후배들과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다시 범행 및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 상당수가 결손 가정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아르바이트 등 일을 병행한다는 점도 교육 과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이나 대학 진학 등 사회 복귀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받게 된다. 특히 청소년들이 다른 교육 기관이 아닌 학교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인 효과로 분석된다. 이미 그 효과는 경남 창원에서 확인된 상태다. 창원지법이 2011년에 문을 연 ‘국제금융고 창원분교’는 올해 3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체 졸업생 87명 가운데 23명이 대학에 입학했다. 또 33명이 취업했고, 6명이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등 졸업생의 71%가 진로를 정한 것이다.

당시 창원지법에서 근무하면서 대안학교를 제안한 사람은 천종호 현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다.

천 판사는 “소년범의 재범률이 66% 정도 되는데 창원분교 졸업생들의 경우 0%에 가까웠다”며 “청소년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제금융고 교사들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