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어제 마산 3·15의거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주의의 뿌리부터 병들게 하는 부정부패를 철저히 근절하겠다”며 “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2일 담화 발표에 이어 연일 부패 척결 화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에 단호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당연한 일에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니 오히려 억측이 나오는 것이다. 과거 정부 집권 3년 차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는 부총리의 잇단 낙마와 재·보선 실패로,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사찰 파문에 지방선거 패배로 난국에 빠지면서 ‘국면 전환용’ 사정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국정지지율을 높이지 못했다. 지금 이 총리가 외치는 ‘부정부패 척결’도 국면 전환이나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차단 차원이라면 과거 같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검찰이 겨냥하는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나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주로 전 정권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 역시 과거 정권 때의 비리를 주목한다. 당장 친이(친이명박) 좌장 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정권 유지를 위한 쇼”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근본 원인으로 공직사회의 적폐를 지적하며 ‘국가 대개조’를 주창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부패 척결 의지가 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직을 사유화하는 낙하산 인사는 계속하면서 부패 척결을 아무리 강조한들 일선 공직자들에게 먹힐 리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