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 산업부 차장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지?’ 그는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인 아이폰의 화면이 믿을 수 없게 커진 사실에 놀라고, 스마트폰이 해내고 있는 수많은 기능에 혀를 내두를 것이다.
“화면은 손에 쏙 들어갈 수 있게 3인치대로 작아야 돼. 그래야 엄지손가락으로 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거든. 내 사전에 대(大)화면은 없어. 그건 몰상식한 모방꾼(Copycat)들이나 하는 일이야.” 잡스의 철학은 이랬다.
잡스가 놀랄 일은 또 있다. 그가 내놓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하나가 산업 간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 컨버전스(융·복합)는 2000년대 들어 눈에 띄는 흐름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대세가 됐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의 컨버전스는 비약적이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2007년, 세상은 터치스크린으로 인터넷과 e메일, 음악 다운로드, 동영상 촬영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나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5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쇼핑도 하고 지하철도 탈 수 있다. 결제가 가능하니 신용카드도 필요 없다(아마 조만간 플라스틱 신용카드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오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물과 인간이 소통하게 됐다. 내가 하루에 몇 걸음을 걸었는지, 혈압은 높은지 체크해준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LG전자는 스마트워치로 차량의 시동을 걸거나 문을 여닫는 기능도 선보였다. 조만간 스마트폰이 대형마트에서 내가 뭘 사야 할지, 심지어 연애상대로 누가 적당한지 알려줄 것이다.
‘연결’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종(異種)산업이라는 과거의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병원, 자동차, 카드, 엔터테인먼트, 유통, 통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기업들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서로 모방을 통한 혁신이 성할 것이다. 삼성이 핀테크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한 것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게 분명하다. 사고(思考)를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적응하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 하나가 불과 8년 만에 바꾼 변화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