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연씨, 2시간43분13초 우승… 남자는 2시간26분59초 김창원씨
마라톤을 취미로 삼는 ‘달림이’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마라톤이란 30km를 멍하니 뛰어간 다음, 나머지 12.195km를 제대로 뛰는 운동이다.” 마라톤이 취미 그 이상이 된 이들은 제대로 뛰는 거리를 점점 늘리면서 기록을 줄여 나간다. 15일 열린 2015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6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일반인) 참가자 중 449명(남자 441명, 여자 8명)이나 ‘서브 스리(3시간 이내)’를 기록했다.
동아마라톤은 해마다 마라톤 시즌을 알리는 첫 대회로 열린다. 코스가 기록을 내기에 유리해 많은 동호인이 겨울 훈련 성과를 측정하는 시험 무대로 삼는다. 자연히 이 코스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얻어가는 동호인이 적지 않다.
올해 대회에서는 달림이들 사이에서 ‘얼짱 마라토너’로 유명한 정순연 씨(41)가 국내 여자부 마스터스 최고 기록(2시간43분13초)을 세웠다. 그전에는 정 씨가 2012년 세운 2시간46분44초가 최고 기록이었다. 정 씨는 “날씨가 도와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2시간 41분대 기록을 세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이 대회에서 일곱 번 우승했던 ‘서울의 여인’ 이정숙 씨(50)도 2시간47분46초로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47분54초)보다 8초 빨리 들어왔지만 정 씨에게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다고 기록 경쟁이 전부는 아니다. 남자부 마스터스에서는 아프리카 브룬디 출신 김창원 씨(37)와 장성연 씨(39·울진군청)가 2시간26분59초로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5m 정도 앞서 들어온 김 씨가 1위, 장 씨가 2위였다.
장 씨는 “35km 지점을 넘어서부터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동생(김 씨)이 옆에서 물을 건네주며 ‘같이 가자’고 힘을 북돋아줘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먼저 들어온 김 씨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씨는 “아내 배 속에 있는 아이(태명 축복이)에게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