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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민물장어 오늘만 이 가격? 내일도 그 가격!

입력 | 2015-03-16 03:00:00

[대형마트 할인경쟁의 속살]1년 365일 할인 눈속임




대형마트가 실제 할인이 아닌데도 할인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단지 특정 행사에만 그러는 건 아니었다. ‘오늘 단 하루’, ‘7일간 이 가격’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상품 중 상당수는 ‘내일도 이 가격’이었고 ‘7일이 지나도 이 가격’이었다.

○ 말뿐인 ‘오늘만’ ‘7일만’ 이 가격

조사는 4, 5일(1차 조사)과 11, 12일(2차 조사) 총 4차례 서울 마포구 백범로 이마트 공덕점을 찾아 이뤄졌다. 조사 결과 4, 5일 조사 때는 세일 상품에 포함됐던 신선·냉동식품 37개 가운데 12개가, 11, 12일 조사에서는 43개 항목 가운데 10개가 세일이 끝난 후에도 세일 가격과 똑같거나 오히려 더 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오늘 단 하루’라는 문구로 눈길을 끌었던 민물장어(100g·5700원)는 5일에도 똑같은 가격에 판매됐다. ‘7일간(2월 26일∼3월 4일) 이 가격’ 세일 품목이었던 달래(1봉·1280원)는 세일기간이 끝난 다음 날인 5일에 오히려 1180원으로 가격이 더 내려갔다. 마찬가지로 ‘7일간 이 가격’ 세일 품목이었던 파프리카도 4일에는 개당 1580원이었으나, 다음 날 개당 1380원으로 가격이 싸졌다.

12개 품목 가운데 9개는 세일 종료 후 정상 가격이 세일 중 가격과 동일하거나, ‘7일간 이 가격’ 세일을 연장한 경우였다. 일정 기간만 가격을 깎아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유인했지만 사실 할인 가격이 원래 가격보다 싸지 않거나, 해당 기간에만 혜택이 큰 희소성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2차 조사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3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이 가격’ 문구를 달고 판매된 깻잎(1봉지·880원), 수박(1만4900원), 사과(1봉·8900원), 키위(1팩·6980원) 등은 12일 ‘7일간 이 가격’ 문구만 내렸을 뿐 가격은 똑같았다. 청양고추(1봉지·2580원)는 세일이 끝나자 오히려 2280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4일 조사 때 ‘7일간(2월 26일∼3월 4일) 이 가격’ 선전판을 달고 판매된 오리훈제슬라이스(540g)는 11일에도 7일간(3월 5일∼3월 11일) 이 가격, 12일에도 7일간(3월 12∼18일) 이 가격 문구를 달고 있었다. 적어도 21일째 ‘7일간 이 가격’인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늘 단 하루’를 내걸고 판매한 상품을 다음 날 똑같은 가격에 판매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깨끗이 인정했다. 단, “7일간 이 가격 제품이 이후에도 같은 가격으로 팔리는 것은 해당 상품이 새로운 할인 행사에 포함됐거나 경쟁업체의 가격에 대응해 가격을 맞춘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 1년 내내 ‘연중 최저’ ‘1+1’… 관행 바뀌어야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소비자들은 유통업체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반응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마트에 방문하는 주부 김정남 씨(57)는 “지금까지는 세일할 때 하나씩 더 사곤 했는데 이제는 세일 품목이라고 해도 특별히 소비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착각하게 하는 ‘할인 홍보’는 수시로 일어난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30일∼11월 12일 기한으로 발행한 전단지에서 ‘1년 중 가장 큰 혜택’이라고 홍보했다. 12월(18∼31일)에는 ‘연중 최저가 확실히 절약됩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올해 2월 설을 앞두고는 ‘더 좋은 가격으로 확실히 절약됩니다’라고 홍보했다. ‘1년 내내 연중 최저가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시 할인을 특별 할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대표적인 또 다른 마케팅은 ‘1+1’이다. 한 국내 업체의 음료는 현재 4개짜리 상품을 ‘1+1 할인 행사’라며 8개 묶음을 3650원에 대형마트에서 팔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사실 연중 ‘1+1’ 행사로 이 가격에 팔린다. ‘1년 내내 1+1으로 팔면 원래 그게 정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그것을 ‘EDLP(Every Day Low Price·항상 싸게 파는 것)’ 상품이라고 부른다”며 “원래 그렇게 파는 건데 마치 할인해서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시민단체들은 유통과정 중의 가격 눈속임보다는 상품의 안전성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었다”며 “가격에 대한 감시를 활성화한다면 잘못된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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