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16일까지 수거 중단… 골목마다 비닐봉투-악취 가득 주민 “대책없이 강행한 구청과 시민의식 없는 젊은이 모두 문제”
15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복개로에 각종 전단과 담배꽁초가 지저분하게 쌓여 있다. 이날은 부산진구가 시민들에게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청소를 중단하기로 한 이틀째 날이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일대.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마다 찢어진 홍보전단이 어지럽게 뿌려져 있었다. 전단을 밟지 않고 지나가려면 지그재그로 걸어야 할 정도였다. 구석마다 구겨진 담뱃갑과 음료수 캔, 아이스크림 통 등이 쌓여 있었다. 전신주 근처에는 예외 없이 쓰레기봉투가 산을 이뤘다. 비닐봉지에 담겨 버려진 음식물과 취객들의 토사물 등에서 뿜어 나오는 냄새가 골목에 진동했다. 코를 막고 뛰어가는 여성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대학생 이모 씨(23)는 “(쓰레기 수거 중단) 이틀 만에 거리가 쓰레기장으로 변한 것 같다. 나처럼 젊은이들이 주범일 텐데 길을 걷기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전단을 줍던 한 50대 여성은 “구에서 괜히 쓸데없는 일을 벌인 것 같다”며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혀를 찼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젊은이가 많이 몰린 토요일 밤부터 새벽까지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고 말했다.
부산진구는 2012년 9월에도 서면 일대에서 비슷한 청소 파업을 했다. 단 하루였지만 무려 4.5t가량의 쓰레기가 길에 쌓였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구도 잘못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 의식도 변한 것이 없었다.
14일부터 사흘간 쌓인 쓰레기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치워진다. 구 직원과 봉사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청소를 하면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다.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은 “무심코 버린 작은 쓰레기가 쌓여서 어떤 사태를 만드는지 직접 보게 하자는 취지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번 기회에 서면을 자주 찾는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