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형권 뉴욕 특파원
지난해 뉴욕 관광객은 사상 최고인 5640만 명. 2010년 이래 5년째 기록 행진이다. 그 동력을 탐구하다 보니 그 끝에 블룸버그가 있었다. 그가 시장에 취임한 2002년 1월의 뉴욕은 ‘9·11테러(2001년) 충격과 추가 테러 공포로 뒤덮인 도시’였다. 2000년 3620만 명이던 관광객이 2001년(3520만 명) 100만 명이나 줄었다. 그는 ‘관광객 5000만 시대 개막’이란 비전을 제시하고 매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관광객 감소가 예상되자 2009년 1월 최초의 글로벌 멀티미디어 홍보 캠페인 ‘여기는 뉴욕입니다’를 전개했다. 그는 세계를 향해 외쳤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여행 안 가시고 ‘스테이-케이션(stay-cation·머물다·stay+휴가·vacation의 합성어)’ 하시죠. 뉴욕의 에너지는 세계 최고입니다. 뭘 망설이세요. ‘당신의 도시’ 뉴욕으로 오세요.” 캠페인 첫해에만 3000만 달러(약 339억 원)를 쏟아 부었다. 다음 해(2010년)엔 온라인 원스톱 관광 서비스 시스템인 ‘nycgo.com’을 개설했다. 관광객 수가 2010년 4880만 명으로 예전 증가세를 회복하더니 2011년 마침내 5000만 명을 돌파(5090만 명)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무결점 정치인은 결코 아니다. 당적을 민주당→공화당→무소속으로 옮겼으니 한국으로 치면 ‘철새 정치인’이다. 3번 치른 시장 선거에 뿌린 돈만 2억5000만 달러(약 2825억 원)가 넘으니 ‘돈 정치’를 일삼았다. 여동생과 딸을 시 공무원으로 채용했으니 ‘직권 남용 정실 인사’까지 했다(이들에게도 자신처럼 연봉 1달러만 지급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뉴욕을 수단이나 발판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뉴욕에 헌신했다. “뉴욕 시장이 내 처음이자 마지막 공직”이라던 자기 약속을 묵묵히 지켰다.
‘대한민국의 시장’ 서울시장은 어떤가. 시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이후 서울시장이 ‘대통령으로 가는 중요한 발판’처럼 여겨지는 것 아닐까.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직을 거는 승부수를 왜 던져야 했을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양보받는 정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좌도, 우도, 위(대통령직)도 보지 않고 ‘시장이 마지막 공직’이라고 다짐하며 헌신하는, 블룸버그 같은 ‘메인스트림 서울시장’은 왜 이토록 찾아보기 어려운 걸까.
부형권 뉴욕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