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껴봐, 차갑지 않아? 네 목이 잘라질 때 고통을 상상해봐.’ 지하디 존이 내 목에 칼을 대고 빙빙 돌리며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체포돼 6개월 간 시리아 락카에서 인질생활을 했던 스페인 기자가 참수전문가 ‘지하디 존’의 살해 위협에 시달렸던 끔찍했던 과거를 터놓았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의 기자 하비에르 에스피노사는 15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기고문에서 “지하디 존은 서방 인질들에게 참수 위협을 자주 가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일종의 사이코패스였다”고 썼다. 에스피노사는 2013년 시리아 내전 현장을 취재하다가 동료 사진 기자와 함께 지하디 존 일당에게 체포돼 외국인 인질들과 함께 생활했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처형된 러시아 엔지니어 세르게이 고르브노프의 시신을 파내게 한 뒤 인질들을 머리에 총알자국이 선명한 시체와 나란히 누워 자게 했던 것이라고 에스피노사는 회고했다. 에스피노사는 지하디 존이 자신들에게서 빼앗은 돈을 한 방에 가져다 넣는 것을 봤는데, 그 방에는 이미 수백 만 달러가 넘는 돈이 쌓여있었다고 증언했다.
에스피노사는 억류 194일 만인 지난해 3월 풀려났다. 동료 사진 기자도 시간차를 두고 풀려났다. 스페인 당국이 몸값을 주고 이들을 구한 것이다. 이때는 아직 IS가 국가 선포를 하지 않고 테러조직으로 존재하던 때였다.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인질도 돈을 주고 풀려났다. 하지만 몸값 지불을 거절한 미국과 영국 인질들은 참수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에스피노사는 자신이 석방된 직후, 같이 갇혀 있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가 지하디 존에 의해 잔인하게 참수되는 영상을 지켜봐야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