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1년 맞아 TV다큐서 밝혀 “친서방 정권 등장해 병력파견” 주장… 11일만에 공식 석상 모습 드러내
그는 “크림 반도 합병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우선 병력을 준비했다”며 총정찰국 산하 부대와 해병대, 공수부대 대원을 크림 반도에 파견했고 현지에 해안경비 미사일 바스티온을 배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당초 크림 반도를 합병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정권 교체 혁명이 일어나 친(親)서방 민족주의 세력이 권력을 잡은 뒤에야 합병 계획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권 교체 혁명이 일어나기 전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서 떼어놓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후 비밀 여론조사에서 크림 반도 주민의 75%가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민투표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크림 반도 합병 과정에서 러시아가 국제 규범을 어기지 않았다는 종전의 발언도 되풀이했다. 국제 조약상 러시아는 크림 반도 지역 내 군사기지에 2만 명의 군인을 파견할 수 있는데 실제로 파견한 병력은 추가 투입 인원을 합쳐도 2만 명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권 교체 혁명 과정에서 쫓겨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러시아로 도피시킨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세력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제거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체포조가 그를 살해하기 위해 중기관총을 설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긴급 구출 작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병합한 크림 반도 관련 예산으로 지난해 약 1400억 루블(약 2조50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일간 RBC 신문이 재무부의 자료 등을 토대로 16일 보도했다. 공무원 급여와 연금, 주민 전기·상수도·난방비, 사회복지비 등으로 1247억 루블이 지출됐고 통신시설 설치, 관사 매입, 각종 기관 사무실 설치 등에 153억 루블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콘스탄티놉스키 궁에서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만나면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11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5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뒤부터 각종 일정을 취소하며 잠적해 건강 이상설, 늦둥이설, 보톡스 수술설, 쿠데타설 등 온갖 루머에 시달렸다.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야당 성향의 도시티TV의 보도를 인용하며 “푸틴 대통령이 최근 독감에 걸렸으며 모스크바 외곽 거처에서 TV를 보면서 회복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