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사이클론 강타… 노숙인 국가로 가옥 90% 파괴… 국제사회 지원 호소
제3차 유엔 세계 방재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던 바누아투 볼드윈 론스데일 대통령(사진)은 16일 재난 소식을 접하고 난 뒤 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바누아투는 해수면이 상승해 왔고 평균보다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등 기후 패턴이 바뀌어왔다”며 “기후 변화가 이번 비극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사이클론 같은 단일 사건을 기후 변화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AP는 지적했다.
지치고 눈이 충혈된 상태로 인터뷰에 나선 론스데일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모든 개발사업이 물거품이 됐다”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국제사회를 향해 간절하게 호소했다.
한편 수도 포트빌라 공항이 다시 문을 여는 등 하늘길이 열리면서 국제사회의 구호물품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호주는 위생용품과 담요, 침낭 등 최대 5000명분의 생필품을, 뉴질랜드는 군 헬리콥터로 8t 규모의 보급물자와 구조인력을 각각 보냈다. 영국도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를 지원했다.
바누아투 전역에 전기, 물 공급이 중단되고 통신이 두절된 것도 구호활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은 많은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의 가장 외딴 지역에 도달하는 데 몇 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