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 “사드 우려” 압박 수위 높여

입력 | 2015-03-17 03:00:00

차관보 협의뒤 한국언론에 공개… “AIIB 창설멤버 돼달라 다시 요청”
韓 “사드, 의제 아니었다” 선그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部長助理·차관보급)는 16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서도 “한국 측이 AIIB의 창설 멤버가 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다시 한번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라인 고위 관계자가 미중 간 이해관계가 걸린 핵심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류 부장조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협의한 뒤 기자들을 만나 “우리(한중)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진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고위급 외교관이 한국 언론에 직접 사드 문제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류 부장조리가) 한반도 업무를 담당한 뒤 첫 방한이어서 민감한 이슈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사전에 설명했지만 류 부장조리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한중 외교당국 간에 협의가 이뤄지기 전인 이날 오전 동아일보 등 일부 한국 언론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의 생각을 분명히 설명했다. 다만 간담회에서 나눈 얘기는 보도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는 한미 간 공식 의제나 현안이 아니고, 따라서 한중 간에도 그런 차원에서 논의한 게 아니다”라며 “관심사항을 자유롭게 얘기한다는 점에서 중국 측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류 부장조리의 사드 관련 발언은 5분을 넘지 않았고 ‘이 문제가 신중하게 잘 처리돼야 한다’는 요지였다고 한다. 레이더의 사거리 문제 등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한반도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한국을 방문해 직접 사드 문제를 거론하고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 문제를 양국 현안으로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소한 한국 여론을 흔들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과 우려를 증폭시키겠다는 의도만은 분명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드를 현안으로 의제화해서 제기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도 사드에 대한 해법을 놓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1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결과를 설명한 뒤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의견이 집약되면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홍정수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