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곡의 악상은 다르면서도 어딘가 비슷합니다. 부유하는 듯한, 꿈꾸는 것 같으면서 음울하지 않고, 그렇다고 마냥 미소 짓는 것 같지도 않은 이른 봄의 대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긴 겨울을 무사히 넘긴 어린 새들은 새봄을 맞아 비행을 연습하고, 성숙한 새들은 짝을 찾아 노래하겠죠. 이 두 작품의 몽롱한 분위기는 같은 시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들인 드뷔시와 라벨의 작품을 떠올리게 합니다. 본윌리엄스나 딜리어스가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관현악이 가진 희뿌연 느낌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상주의라면 음악보다 모네나 마네의 프랑스 회화를 먼저 떠올리게 되죠. 그런데 이들의 선조격인 화가는 영국에서 먼저 태어났습니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입니다. 빛의 효과를 중시해 윤곽선을 흐리게 하고 안료를 중첩시켜서 몽롱한 효과를 낸 그의 그림은 이후 출현하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모네도 그의 작품을 주의 깊게 분석하고 연구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