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1년간 학교 떠나 진로탐색”… 서울교육청 ‘오디세이학교’ 시범운영 서둘러 5월 시행… 공부흐름 끊겨, 구체적 학사 일정도 아직 마련안돼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를 5월부터 고교 1학년 ‘자유학년제’로 확장해 도입한다. 이번 고교 1학년 자유학년제는 일단 희망자 40명을 모집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6일 “고교 신입생이 1년간 학교를 떠나 진로탐색 활동을 하는 일명 ‘오디세이 학교’를 5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며 “일반적인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대안교육 기관에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다룬 서사시다.
오디세이 학교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시교육청 산하 정독도서관에서 문을 열며 1년 단위로 운영된다. 시교육청은 아일랜드에서 실시되고 있는 ‘전환학년제’, 덴마크에서 운영 중인 ‘인생설계학교’ 등의 모델을 참고했다. 모두 고교 진학 전 1년간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간이다. 시교육청은 올해 서울지역 고교 1학년 신입생 중 희망자를 받아 면접을 통해 4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된 학생들은 5월 26일 자유학년제를 시작한다. 기본교과 수업이 있을 때는 정독도서관으로 등교하고, 그 외에는 대안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식이다. 과정을 마치면 내년 3월 1학기부터 다시 원래 소속 고교의 2학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서 시행을 서두른 탓에 올해 선발될 1기 학생들은 현재 다니는 고교에서 두 달 반가량 공부하다 오디세이 학교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공부의 흐름이 끊기거나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개강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학사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안팎에서도 “준비를 차근차근 마치고 내년 1학기부터 실시하는 편이 나았다”며 “시작부터 반쪽짜리가 된 모양새라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에 대해 “진로탐색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시교육청의 자유학년제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의 자유학기제도 아직 교육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는데 교육청까지 갑자기 자유학년제를 시범 운영하면 혼란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